최근 병원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 상황을 계기로 ‘스마트병원’ 시스템 구축에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존 대면 업무였던 병원 진료 수납·접수·예약을 키오스크,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대체한 것은 물론, 로봇을 통한 환자 안내 서비스, 방역, 의료진 보조 업무까지 첨단기술의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다수의 의료기관 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키오스크’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과 연동돼 방문을 위한 QR인증, 진료예약, 수납, 처방전 발행, 심지어는 주차 정산도 가능해졌다.
여기에 신용카드를 지정해 빠르게 결제를 할 수 있는 삼성서울병원의 ‘오픈카드’ 시스템이나 고대안암병원과 SKT가 협력해 모바일에서 전체적인 병원업무를 볼 수 있는 ‘모바일 진료카드’ 서비스도 생겨났다.
병원 측은 이전 ‘원무과’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했던 업무들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 자동화되자 직원이나 환자의 혼선, 기다림으로 인한 피로감이 덜었다는 평가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각종 부서에 옮겨줘야 했던 수액과 같은 의약품, 검체 등도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천장이나 벽을 타고 움직이는 트레일러 박스는 이제 병원에서 보편화된 장치라면 대규모 물체를 들고 야간에 각종 부서로 배달을 하는 로봇도 있다.
일례로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로봇으로 ‘언택트 심야배송’을 추진, 병원 내 가장 덜 붐비는 시간대에 의료물품을 공급함으로써 주간 시간대 엘리베이터의 혼잡도가 크게 개선되었을 뿐 아니라 의료물품의 이동과 내원객의 접점이 완전 차단됨으로써 코로나 감염 전파의 위험을 크게 줄였다.
로봇을 통해 환자와 방문객을 위한 시설 위치 안내, 의료 물품 배송, 방역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서울형 소아전용외래센터에 ‘LG 클로이 가이드봇’과 검체 수송용 ‘서브봇’을 도입했다. 의료진을 도와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 클로이 가이드봇은 터치스크린 화면과 음성 안내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병원 내 시설과 이용 정보를 알기 쉽게 알려준다. 서브봇은 혈액 검체나 의약품 등을 목적지로 안전하게 배송하는 역할도 한다. 서울대병원도 최근 LG 클로이 가이드봇을 도입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AI를 활용한 5G 복합방역로봇 '비누(BINU)’가 내원객 밀집도를 분석해 사회적 거리두기 음성 안내 및 셀프 방역 소독을 수행한다.
“스마트해지는 병원, 그럼에도 활성화는 아직”
향후 병원계는 ‘2022년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사업’ 등 정부의 지원을 통해 ‘스마트병원’ 구축 가속화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기본적 업무 대체 외에도 의료사고 및 질병 예방, 환자 케어, 맞춤형 의료진 서비스 등 다양한 방면에서 새로운 기술들의 등장이 예고된다.
가상현실(VR)을 통한 입원환자 교육, 욕창 및 낙상 감지 가능한 침상, 고령·암환자를 위한 개별 맞춤형 AI 케어 로봇 등 의료진 보조 외에도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첨단기술들이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의료기관의 첨단기술 도입이 가속화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스마트병원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본원도 ‘첨단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로봇 관련 실증사업에 참여, 다양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로봇 등의 첨단 기술은 아직 의료진이나 직원 보조에서 그친 수준”이라며 “비대면진료, 빅데이터 활용 연계 등 법적 연결고리가 부족해 시범사업 정도에서만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웨어러블이나 센서를 통해 얻은 환자 데이터가 실질적으로 환자를 돌보는데 쓰이지 못하고 사전 감시용 정도로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율주행로봇 경우에도 실상 정해진 곳 이외에서는 이동 제한이 있고 병원 방문객 대부분이 고령층인 만큼 설명을 위한 보조적 인력이 필요하다.
서울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첨단기술은 환자와 의료진의 편리성을 높이는 정도의 효과로 병원에게 실질적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첨단기술이 주는 긍정적 이미지와 향후 법적 제도 개선, 기술의 발전을 고려했을 때 가치가 높은 만큼 병원 측에서도 기대를 갖고 도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미래엔 환자가 직접 첨단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도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