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챙기는 대학생을 아시나요 [쿠키청년기자단]

고양이 챙기는 대학생을 아시나요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2-06-06 06:04:01
성균관대 ‘수선관 고양이’가 돌보는 고양이들.   사진=조수근 쿠키청년기자
“꽃님이는 저기에, 풀잎이 옆에 있어요. 참, 메밀은 아직 못 보셨죠? 그러고 보니 요새 감자가 안 보이네요”

꽃님이, 풀잎이, 메밀, 감자. 고개가 갸우뚱하는 조합이다. 이 단어들은 성균관대 고양이들의 이름이다. 학내 고양이 돌봄 소모임 ‘수선관 고양이’. 이들은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쉼터를 제공하고 살가운 이름까지 붙여줬다.

대학생 고양이 돌봄 소모임은 전국에 있다. 강원대 ‘강냥이’, 고려대 ‘고려대고양이쉼터’, 동국대 ‘동냥꽁냥’, 동아대 ‘냥아치’, 선문대 ‘냥냥수호대’ 등이다. 단체명은 다르지만, 활동 내용은 비슷하다. 모임 회원들은 돌아가며 교내 고양이 급식소에 사료를 둔다. 또 고양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입양을 주선한다. 대부분의 활동비는 후원금을 통해 해결한다.

자세한 활동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성균관대 수선관 고양이 강신영 대표를 만나 돌봄 활동에 동행했다. 학교 정문을 지나 가파른 언덕 두어 개를 오르자 화단 구석진 곳에 숨겨진 고양이 급식소가 보였다. 외진 곳에 급식소를 둔 이유를 묻자 강 대표는 “급식소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시설을 설치했다”라고 설명했다. 교내에 이 같은 급식소가 4~5개 정도 더 있다.

“풀잎아, 꽃님아” 하고 부르자 이내 몸을 일으켜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가까이서 보니 꽃님이는 한쪽 눈을 뜨지 못했다. 어릴 때 상처를 입어 안구를 적출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불편한 기색 없이 천진한 모습이었다.

돌봄 활동을 끝내고 내려오는 길에 학내 총 스무 마리 정도의 고양이가 상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 많은 고양이가 TNR(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성균관대는 와룡산에 인접한 탓에 외부 고양이들의 유입이 많아 TNR을 하지 않을 경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개체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TNR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중성화 수술비는 싸게 하면 회당 15만원 정도”라며 “주로 외부 협력 단체에서 도움을 받는데, 여의찮으면 후원금과 자체 제작 굿즈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수술시킨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활동비가 넉넉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TNR 과정에서 다른 질병이 발견되면 백만원이 훌쩍 넘는 병원비가 나오기 때문이다.

돌봄 활동이 언제나 순탄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에 3월에는 학교가 쉼터를 무단 철거하여 마찰을 빚기도 했다. 시설관리팀 책임자는 “교내에는 교육 목적 외의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며 “고양이 관련 시설은 학교 부지 밖에 설치하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수선관 고양이는 이 때문에 난항을 겪다 이듬해 시설관리팀 책임자가 바뀌고 나서야 겨우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강 대표는 이를 두고 ‘단 한 명의 판단으로 활동 여부가 정해지는 셈’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쉼터에 대한 학교의 뚜렷한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시설 관리 책임자 개인의 판단에 활동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우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어려움 중 하나다. 지난해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게시된 수선관 고양이의 신입 부원 모집 홍보 게시글에는 ‘자꾸 밥을 주니까 마릿수가 늘어나 꼴 보기 싫다’, ‘고양이를 돌보는 것은 자연의 질서를 위배하는 것이다’, ‘그렇게 고양이를 좋아하면 데리고 가서 키워라’ 등 날 선 댓글들이 달렸다. 심지어는 고양이를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거슬린다. 밟아 죽이고 싶다’라고 말하는 등 노골적으로 폭력성을 드러내는 댓글도 있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활동을 이어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분의 침묵 후 어렵게 입을 뗀 강 대표는 “제가 오늘 봤다면 죽지 않았을 고양이가 제가 가지 않은 날 죽었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담담한 그의 표정에서 무거운 책임이 느껴졌다. 강 대표는 이내 명랑한 어조로 ‘분명 보람찬 부분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구조 후 치료한 고양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 유기묘가 수선관 고양이를 통해 무사히 입양을 가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조수근 쿠키청년기자 sidekickroot@gmail.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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