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디지털병원입니다”

“어서오세요, 디지털병원입니다”

병원들 ‘메타버스’ 활용해 제2, 제3 분원 개원
한강성심병원 ‘어린이 화상전문’ 경희의료원 ‘한의 건강상담실’ 등 이색적 운영
디지털 취약계층 소외 우려도…계속 관심 끌만한 콘텐츠 선보여야

기사승인 2022-06-08 00:00:01
메타버스 속 가상병원 이미지.   왼쪽부터 경희대의료원, 한림대의료원, 상계백병원, 일산차병원   

병원들이 교육, 홍보, 행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 활용을 넓히고 있다.

감염병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활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메타버스에 발을 들였지만, 현재는 또 다른 ‘디지털 병원’으로서 진화해가는 모습이다. 

최근 일부 의료기관이 미래 사업계획으로 ‘메타버스’를 통한 디지털·스마트 병원으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가상세계 속에 제2의 병원을 운영함으로써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일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제24대 병원장으로 취임한 허준 화상외과 교수는 취임식을 통해 ‘메타버스 가상병원 활성화를 통한 디지털 의료원 가속화’를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이와 관련 한림대의료원은 지난해 12월 개원 50주년을 맞아 개원한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어린이화상병원을 열고, 올해 1월에는 바자회와 같은 사회공헌활동도 진행했다. 

이 가상 병원에서는 진료과목, 진료시간표, 진료예약 등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하고 찾는 항목들을 키오스크 형태로 마련했으며 간단한 진료의뢰, 진료 상담이 가능하다. 또한 화상 예방과 치료, 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전시장 및 클래스룸과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존, ‘오징어게임’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도 마련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행사를 대신하고자 만들어졌지만, 병원 방문이 쉽지 않은 환자에게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보호자들도 상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자 만족도가 큰 만큼 정식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 병원 측 입장이다. 

한림대의료원 관계자는 “병원에 가거나 온라인에서 건강정보를 일일이 찾아야만 했다면 이제는 가상병원에 한 번 접속만 하면 진료의뢰 및 예약부터 화상안전교육, 응급처치교육, 사회복지서비스, 화상 치료정보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한강성심병원 한 곳, 그 안에서도 어린이화상병원만 구현돼 있지만 앞으로 산하 5개 병원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며 "스마트병원 시스템과 시뮬레이션센터를 기반으로 의료서비스 전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희의료원은 홍보실에서 자체 제작한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 ‘경희의료원 가상 컨벤션센터’ △제페토 ‘경희놀이터’ △아트스텝스 ‘경희의료원 VR역사전시관’ 등으로 지금껏 병원 홍보에 집중해왔다면 올해부터는 ‘가상 야외건강상담실 경희 한슬림’을 열고 건강 지도에 나선다.

‘게더타운 경희 한슬림 건강상담’은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질환별 주제를 선정해 건강상담을 진행한다. 또한 개인별 신체 기혈(氣血)상태를 평가하는 건강설문 시스템인 ‘경희 카이닥(KAIDOC·Korean AI Doctor)’을 제공, 심도 있는 일대일 맞춤 한방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희대의료원 관계자는 “공무원연금공단 상록봉사자를 시작으로 공상공무원과 봉사자, 소방·경찰공무원 대상 시범운영을 거친 후 일반인까지 확대할 예정”이라며 “메타버스는 아직 생소한 분야라 참여자들도 처음엔 어렵게 느꼈지만 사전 교육에 따라 접속한 뒤부터는 즐겁게 참여했다. 폭넓은 연령대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방법으로 건강상담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일산 차병원은 지난해 산과, 초음파실, 분만실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병원을 오픈했고, 현재 진료 전 의료상담이나 원무행정 부가서비스 제공을 준비 중이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 중앙대 광명병원 등도 가상병원 개원 예정에 있으며 조선대병원은 외국 환자 유치를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병원 홍보 차원 혹은 의료술기 교육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병원들은 한시적인 차원에 끝나지 않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방안으로 가고 있다”며 “가상체험 기회, 진료 상담·예약뿐만 아니라 향후 비대면 진료 제도화 여부에 따라 서비스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료 접근성을 확대했다는 측면과 반대로 고령, 디지털 취약계층 등을 더욱 소외시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실제 이용자가 많을지, 편리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며 “대중 친화적 의료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만한 컨텐츠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전달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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