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 꼭 9가 맞아야 하나요?"

"자궁경부암 백신, 꼭 9가 맞아야 하나요?"

가다실9 지난해 이어 가격 인상…접종 앞서 국민 부담 증가
“종류보다 접종 유무가 중요…정기 검진 뒤따라야”

기사승인 2022-06-15 06:00:02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MSD社 가다실9가의 국내 공급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또 올랐다. 소비자의 부담이 점점 커지자 의료계 전문가는 “부담이 크다면 접종 자체에 의미를 둬도 된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MSD에 따르면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일명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9가의 공급가가 오는 7월 1일부터 기존 13만원대에서 14만원대로 8.5% 인상된다. 가다실9가 공급가는 이미 지난해에도 15% 대폭 인상된 바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예방적으로 효능이 확실하려면 보통 3회 접종을 해야 하는데, 다음 달부터 반영되는 가격으로 치면 가다실9가 가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기준 평균 비용으로 계산하면 9가 가격은 3회분 약 60만~70만원으로 측정된다. 이렇다 보니 커뮤니티 상에서는 가격이 반영되기 전 미리 3회분을 결제해놔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가다실9가는 접종 가능한 자궁경부암 백신 중에서도 가장 많은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다. 즉 그만큼 예방할 수 있는 균이 많아 인기가 높다. 그렇다면 타 백신에 비해 예방효과가 더 확실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에 쿠키뉴스는 현재 경쟁사들의 백신을 살펴보고 전문가에게 백신 종류의 중요성에 대해 물어봤다. 

숫자 클수록 예방되는 바이러스 多…예방률 자체는 비슷

자궁경부암의 주된 원인은 성관계로 전파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다. 지금까지 알려진 HPV 바이러스는 총 150여 종으로, 이 중 16형과 18형이 자궁경부암 원인 70%를 차지한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백신 3가지에는 16형과 18형은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다. 백신은 3회 접종 시 16형, 18형은 100% 예방이 가능하며 그 외에는 약 70% 정도 예방가능하다. 

우선 GSK 2가 백신 ‘서바릭스’는 HPV 16형, 18형을 포함한다.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두 가지 바이러스만을 예방하지만 그만큼 항체생성률이 높고 지속성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GSK는 임상시험을 통해 15~25세 여성 대상 3회 접종 시 HPV 16형과 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 전 단계에서 100%, HPV 종류에 상관없이 자궁경부암 전 단계의 인유두종바이러스감염질환(전암병변, CIN3)에 대해 약 93.2%의 예방효과를 입증했다.

4가 백신 ‘가다실’은 기본 2가지에 HPV 6형과 11형이 추가됐다. 6형과 11형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생기는 성기 주변 사마귀(곤지름)를 90% 이상 발생시킨다.

9가 백신 ‘가다실9’의 경우 기존 가다실 백신에 암을 유발시키는 고위험군 HPV 바이러스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을 포함했다. 특히 그 중 52형, 58형의 경우 국내 여성에서 많이 발견되는 바이러스다. MSD 임상시험에 따르면 가다실9가는 16세~26세 여성들에서 해당 유전형과 관련된 자궁경부암 또는 외음부 질환 발병에 대해 96.7%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연령에 있다. 가다실 4가 또는 9가 백신의 경우 45세, 2가 백신의 경우 55세까지 접종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세 종류의 백신을 비교해보면 예방 범위 외에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인유두종바이러스 경우 고위험 바이러스 종류가 많아 예방이 되는 범위가 넓을수록 효과가 크다고 본다”며 “세 가지 백신의 자궁경부암 예방률을 직접적(head to head)으로 비교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정부에서는 추진 중으로 들었다”고 언급했다. 

9가 맞으면 보장 범위 넓지만…종류보단 ‘정기적 검진’ 더 중요해

의료계는 가다실9가 공급 인상과 별개로 자궁경부암 백신은 꼭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9가의 예방 범위가 넓지만 가격이 부담된다면 그보다 낮은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예방효과는 분명하다는 것이다. 

서울권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의료계 관계자는 “물론 HPV 백신을 맞는다면 9가를 맞는 걸 추천한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워낙 다양한 만큼 예방 범위가 넓은 것이 좋고 또 9가 같은 경우 한국인에서 많이 나타나는 유전형을 포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접종을 결심한 분들은 9가를 접종하지만 비급여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HPV는 종류가 매우 많고 백신으로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종류는 한정적이다. 또한 백신으로 막지 못하는 다른 유형의 고위험 HPV에 감염될 수 있다”며 “결국 종류별 예방 범위는 다르지만 우선 백신을 접종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로서는 2가나 4가만이라도 접종해도 충분하다고 말씀드린다. 추가 접종이 권장된다면 그때 9가를 고려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만큼, 또는 그보다 중요한 게 정기적 검진이기 때문에 무엇을 접종하든 주기적인 검진은 꼭 해야한다고 강조한다”며 “정부에서 지원하는 자궁경부세포검사도 2년에 한 번씩 잊지 말고 받아야 한다”고 전달했다.

한편, 정부는 고가의 자궁경부암 백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13세∼17세 여성 청소년과 18세∼26세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접종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백신은 서바릭스와 가다실 4가 백신 두 종류다. 

또한 정부는 세 종류의 HPV 백신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양질의 백신 전환(2,4가→9가) 방안에 대한 효과성을 검토해 향후 보험 및 지원 방향에도 반영할 방침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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