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할 수 있는 약이 있다면, 계산은 차치하고 일단 환자부터 살립시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한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정책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는 인권 보장 원칙에 입각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자들에게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 도입을 요청했다. 대체제가 없으면서도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해서는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시판허가 및 건강보험 등재신청을 동시에 하고,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동시에 심사·결정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제약사가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신약이 시판될 때는 ‘임시약값’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조정최저가 수준으로 책정해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 우선 환자들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도 전달했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급여평가 절차,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 절차,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최종약값’이 확정되면, 임시약값과의 차액을 정산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기간 고가의 항암제, 중증·희귀질환 신약 신속등재제도 도입을 공약에 포함하고, 정부 국정과제로 발표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환자단체연합회가 제안한 내용과는 차이가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선평가 후, 조건을 충족한 경우 위험분담제를 활용해 심사평가원 후평가와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을 병행해 등재기간을 2개월 가량 단축시키는 내용에 그쳤다.
신약 접근성 개선을 인권보장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환자들의 요청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신약이 우리나라에서 시판됐다면,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환자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며, 그 다음 정부당국과 제약사가 약값을 결정하는 인권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서 1월 “생명과 직결된 신약이 건강보험에 신속하게 등재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이 이사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벽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건강보험 보장률은 지난 2013년 62%에서 2020년 65.3%에 그쳐, 의료비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는 ‘메디컬푸어’문제가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행 보건복지부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2019년 기준 연간 평균 지원금은 233만원이고, 2000만원 이상에서 3000만원 이하를 지원받은 환자는 17명이 불과했다”며 “평균적인 경제력을 가졌던 환자가 메디컬푸어로 추락하는 현상을 막는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