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자리에 우영우가 온다면 [‘우영우’ 신드롬④]

내 옆자리에 우영우가 온다면 [‘우영우’ 신드롬④]

기사승인 2022-07-21 14:02:54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우영우(박은빈)와 함께하면 오해가 따라붙는다. 이준호(강태오)의 대학후배는 “아직도 봉사하는 구나”라고 말을 건넨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한 장면이다.

발달장애인 가족은 이러한 장면이 현실 속에도 빈번히 일어난다고 말한다. 지난 19일 서울 망원동에서 만난 최경화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공고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우영우’라는 사람이 아닌 ‘장애인’이라는 점을 우선할 때 드러난다. 최 대표는 “사람 대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과 장애인으로 대하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말한다.

‘변호사 우영우’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도 한선영 한바다 로펌 대표(백지원)가 그의 능력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한선영은 우영우 이력서의 뒷장에 적힌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특이사항 보다 앞장에 적힌 성적과 능력에 주목한다. 한선영 대표가 ‘장애인’ 우영우에 집중했다면 우영우가 변호사로 활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차별적 인식을 바꾸려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 대표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많이 만나야 한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명석 변호사(강기영)가 “보통 변호사도 힘든 일”이라고 말한 후 곧바로 “미안해요. 그 말은 실례인 것 같네”라고 사과하듯 말이다. 

최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불안해서 큰소리를 내면, 그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시끄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의 행동이 과격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함께 참으면서 견디는 시간이 쌓여야 서로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그래야 공존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발달장애 청년의 마을살이를 지원하는 단체다. 일상생활 공간인 마을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놀고 일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한다.   사부작

공존을 위해선 인식 개선을 넘어 실질적인 지원도 따라야 한다. 비장애인에게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이 장애인에겐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선 회전문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영우는 회전문 앞에서 망설인 뒤 이렇게 말한다. “회전문은 냉방과 보온에 유리합니다. 대신 통행량을 제한하고 이동 속도를 늦추며 어린이와 노약자는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장점은 하나인데 단점은 세 개입니다. 건물주를 설득하면 회전문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요.” 

우영우는 논리적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한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회전문을 없애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이 장면을 보고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떠올렸다. 그는 “많은 장애인들이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에서 떨어져 숨졌다”라며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만을 위한 건 아니다. 유아차 이용자, 임신부, 노약자 등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전문을 없애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장애인만을 위한 우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최 대표는 “장애인을 위해 무엇을 특별히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모두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바꾸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아직 수많은 회전문이 남아 있다. 우영우 곁에 회전문을 잡아주는 최수연(하윤경)이나 왈츠 스텝을 알려주는 이준호(강태오)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우영우가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데에 주변 인물들이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은 항상 긴장 상태고 자극에 예민하다. 그럼에도 우영우가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주변 사람들 덕분이다. 옆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에 따라 한 사람이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개인이 가진 능력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영우 아빠, 우광호(전배수)의 역할이 컸다. 5살 때까지 입을 열지 않던 우영우가 법전을 줄줄 외울 때 우광호는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우영우의 재능을 알아차리고 그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한다. 

다만 우광호는 우영우를 키우기 위해 희생을 감내한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지만 미혼부인 그는 커리어를 포기하고 분식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나간다.

현실도 다르지 않다. 최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장애인 지원체계가 부족한 탓에 발달장애인의 돌봄 부담을 가족들이 오롯이 떠안고 있다. 발달장애 부모들은 “자녀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며 가슴을 친다. 당장 부모가 없으면 돌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계속된 참사를 멈추기 위해선 ‘24시간 돌봄체계’가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장애인이 가족에게 의지하는 대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공적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사는 건 지역에서 완전히 고립되고 단절되는 거예요. 존재를 지우는 거죠. 일주일간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마주친 적 없는 발달장애인도 60%나 된다고 해요. 24시간 돌봄체계가 갖춰져야 가족이 없어도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면서 지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발달장애인이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하루빨리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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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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