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재발 걱정 덜어줘야[기고]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 재발 걱정 덜어줘야[기고]

방수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기사승인 2022-08-01 08:00:01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성인 환자의 30~50%는 완전관해에 도달해도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고된 항암 치료 끝에 골수검사 정상 결과를 받았지만, 미세잔존질환 양성인 환자들을 마주하곤 한다.

다행히 국내에도 미세잔존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환자가 치료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눈앞에 보이는 재발 위험을 애써 무시한 채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를 보면 마음에 돌이 내려앉는 것 같다.

병의 진행이 빠르고 재발도 잦은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항암 치료로 ‘골수검사상 정상’인 완전관해에 도달해도, 10명 중 4명이 3년 내 다시 재발을 경험한다. 이렇게 재발한 환자들은 치료도 더 어렵고 환자의 예후도 좋지 않기 때문에,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재발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서 재발 위험을 높이는 가장 주요한 인자는 골수검사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백혈병 세포가 남아있는 것을 의미하는 미세잔존질환이다.

미세잔존질환은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생존율과 재발 위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미세잔존질환 양성 환자는 음성 환자에 비해 10년 무사건 생존율이 3배 정도 낮았으며, 사망 발생 위험 역시 72%가량 높았다.

현재 국내에서 미세잔존질환 적응증에 허가된 유일한 치료제는 블리나투모맙이다. 블리나투모맙은 완전관해에 첫 도달한 미세잔존질환 양성 환자에서 1주기 투여로도 80% 이상의 미세잔존질환 관해율을 보인다. 미세잔존질환 관해에 도달한 환자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3년이 넘을 정도로 길게 나타나, 관해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에 비해 장기 생존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에서 미세잔존질환으로 인한 재발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세잔존질환 양성 상태는 열악한 삶의 질, 그리고 잦은 입원과 치료로 인한 높은 경제적 부담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치료제 투여를 통해 미세잔존질환 관해에 도달한다면, 환자의 삶의 질과 경제적 부담 측면에서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에서는 2022년 개정된 급성림프모구백혈병 가이드라인을 통해, 1차 치료로 완전관해를 획득했으나 미세잔존질환 양성일 경우에는 블리나투모맙을 유일한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제가 있어도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미세잔존질환 양성 환자들은 언제 재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고통받으며 항암 치료 후 하루하루를 살얼음판에서 살고 있다. 

암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재발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여 환자의 장기 생존을 도모할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 개시를 주저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루빨리 미세잔존질환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환자 접근성을 개선하여,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생존의 희망에서 멀어지는 환자가 없기를 희망한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신승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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