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라매병원이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이란 문제에서 좀처럼 노조와 갈등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울보라매병원 1층 로비 게시판에는 커다란 대자보가 눈길을 끈다. 해당 대자보에는 ‘인력요구에는 적자타령, 정승용 병원장은 언제까지 병원을 방치할건가?’라는 제목으로 간호인력 부족에 대한 노조의 불만을 담아냈다.
대자보에 따르면 정승용 서울보라매병원 병원장은 지난해 노사합의에 따라 지난 6월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라매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간호사 인력기준 상향배치(1:8→1:7)를 신청했다.
문제는 병원측이 1:7 상향배치에 따른 증원인력을 15명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이하 노조)는 “간호사 대 환자수 1:7 배치수준은 상급종합병원 기준이다. 종합병원인 보라매병원의 중증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에 대해 현재 병동별 인력배치를 기준으로 병동당 1팀을 신설할 수 있는 인력충원을 요구한 상태다. 15명만으로는 통합병동 간호사 노동강도를 개선하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병원측은 정부지원은 최대한 받고 인건비 부담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산출했다며, 병상가동율과 중증도를 따져 병동별로 인력을 차별적으로 주는 ‘경사배치(돌려막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인력기준이 상향돼도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병동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보라매병원 노조는 감염병전담병원 전환 후 간호인력 충원과 관련해 총파업 선포를 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라매병원의 231개 코로나19 병상에 필요인력 간호사는 411명이지만 현 간호사 인원은 137명 뿐이다. 즉 274명의 간호사 추가인력 채용이 필요하지만 병원측은 적극적인 충원 계획을 밝히지 않아 노조의 불만을 산 것이다.
사측은 총파업 하루 전날 ‘코로나19 간호사 배치기준 가이드라인 적용’, ‘간호인력 10명 충원 및 향후 증원 확대’를 약속하고 극적 타협했지만 이 역시 완전히 지켜지지 않았다. 병원 측이 감염병전담병원 해제와 함께 간호사 10명 정원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거기에 상향 지원에 따른 인력 충원도 15명에 한정돼 있어 지금껏 비어있는 자리를 채우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2016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이후 간호조무사가 단 한번도 충원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간호간병통합병동은 특성상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간호조무사의 역할이 크다. 식사, 보행, 기저귀 교체 등 환자 보조에 간호사 업무 보조까지 광범위한 업무를 봐야하는데, 현재 보라매병원은 1명의 간호조무사가 적게는 30명, 많으면 42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병원장은 2개 병동에 간호조무사 2인을 근무토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대신 인력충원 없이 다른 병동에서 1명씩을 빼서 부족한 곳에 배치하겠다는 ‘인력 돌려막기’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며 “이에 대해 노조는 반대의견을 전달했지만 병원장은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병동 운영하는 동안 정부 지원금 등으로 보라매병원은 735억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매번 적자라며 인력 충원을 피하고 직원들을 쥐어짜고 있다”며 “간호사들의 계속되는 사직과 간호조무사 병가자 속출에서 보듯 현재 인력으로는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 통합병동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인력충원을 통해 직원들이 사직하지 않고 아프지 않게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표명했다.
한편, 병원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 병원장은 취임을 맞아 “감염병 병동과 교대 근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간호사를 위한 업무 완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인건비가 전체 예산의 60%를 넘어 부담은 있지만 정규직화와 인력 확충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