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치료제를 고를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이상지질혈증은 비만, 당뇨, 잦은 과음 등에 의해 나타나는 질병이다. ‘고지혈증’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하다. 이상지질혈증 유발 요인으로는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 즉 LDL콜레스테롤(이하 LDL-C)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 꼽힌다. LDL-C 수치가 높으면 혈관벽에 지질이 쌓여 심장질환의 발생률이 올라간다. 국내에서는 초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70mg/dL 미만으로 수치를 관리할 것을 권장한다.
이상지질혈증은 심근경색, 뇌졸중, 하지동맥 질환 등 심혈관질환을 일으킨다. 때문에 LDL-C 수치 관리가 중요하다. 그동안 LDL-C 합성을 막기 위해 ‘스타틴’이 고용량의 단일제로 사용됐다.
문제는 스타틴 단독요법으로 목표한 LDL-C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고용량 스타틴이 간독성이나 근육통, 당뇨병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복합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했다. 스타틴이 콜레스테롤 합성을 막는다면, 에제티미브는 콜레스테롤이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도록 작용한다.
복합제가 고용량의 단일제 대비 환자 치료에 더욱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국제 의학저널 란셋(IF 202.731)에 등재된 ‘RACING’ 연구는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국내 26개 기관에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하 ASCVD) 환자 3780명을 추적 분석했다. 환자 1894명을 병용요법군, 나머지 1886명을 단독요법군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투여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심혈관계 사망, 주요 심혈관계 사건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의 발생은 병용요법군에서 172명(9.1%), 단독요법군에서 186명(9.9%)으로 나타났다. 즉, 병용요법과 단독요법의 효과가 유사한 수준임이 확인된 것이다. LDL-C 수치를 낮추는 효과는 복합제가 더 뛰어났다. 투여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LDL-C 목표수치 도달률은 병용요법군이 73%, 단독요법군이 55%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목표를 초과달성한 사례도 확인됐다. LDL-C 수치가 55mg/dL 미만으로 낮아진 환자는 병용요법군에서 1년이 경과했을 때 42%, 2년 경과 시 45%, 3년 경과 시 42%로 나타났다. 반면 단독요법군에서는 1년 경과 시 25%, 2년 경과 시 29%, 3년 경과 시 25%로 비교적 낮았다. 병용요법군이 단독요법군에 비해 효과성이 컸다.
안전성 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됐다. 이상 사례 또는 스타틴 불내성으로 연구 중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투여 용량을 줄인 환자의 비율은 병용요법군에서 88명(4.8%)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단독요법군에서는 150명(8.2%)으로 그 비율이 더 높았다.
전문가들은 단일제 중심의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고강도 스타틴 불내성이거나 이상반응의 위험이 높은 ASCVD 환자의 경우, 단일제의 용량을 높이기보다는 복합제 투여를 고려할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논문의 교신저자 홍명기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환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고용량 단일제로 당뇨가 생길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약을 끊거나 바꿔야 하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단일제를 오랜 기간 투여하는 것에 대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부작용 우려로 약을 끊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라며 “연구에서 병용요법군의 경우 약물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인 비율이 매우 낮았다”고 강조했다.
논문의 제1저자 김병극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연구 결과 고용량 스타틴 단일제보다 중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제가 효과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환자들에게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ASCVD 환자의 표준 치료법에 새로운 대안을 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관상동맥센터 교수는 “치료 중 스타틴의 용량을 한 번 정도는 올릴 수 있지만, 그런 선택을 하기보다는 다른 복합제를 쓰는 것이 최근의 치료 경향”이라며 “고혈압의 경우도 한가지 치료제를 써서 효과가 없으면 최고 용량을 투여하지 않고 다른 약제로 바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SCVD 역시 이 같은 방식대로 치료 가이드라인이 진료실 현장에 맞게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