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연매출 2조원 달성 기업이 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연이어 호실적을 발표하며 이른바 ‘2조 클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그동안 국내 제약산업계는 케미칼, 제네릭 의약품에 주요 매출이 집중된 전통 제약기업들이 연 매출 1조원을 유지하며 업계 선두를 점했다. 최근에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보유하고 신약 개발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는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상반기에만 매출 1조원을 초과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두 기업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역량을 입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위탁생산(CMO), 위탁개발생산(CDMO)을 수주하면서 대거 유입된 계약금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그동안 착실히 쌓아온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가 본격적으로 수익을 올리기 시작한 영향도 가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액은 6514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69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지난해 2분기보다 58%, 1.7% 증가했다. 1분기 실적을 합한 상반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1조1627억원으로, 반년만에 이미 1조원을 넘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반기 누적 매출이 1조원을 초과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모더나의 코로나19 mRNA백신 완제의약품 CMO를 수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가속화했다. 백신뿐 아니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일라이릴리 등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MO도 수주했다. 올해는 mRNA백신 원료의약품 생산설비를 준공, 시생산을 완료하고 고객사와 접촉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호실적을 고려하면, 연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에피스의 전 지분을 인수해 단독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에피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328억원, 영업이익은 5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2%, 95.7% 성장했다.
셀트리온도 연말까지 2조원의 매출을 올릴 기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마찬가지로 창사 이래 처음 상반기 누적 매출액 1조원을 초과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셀트리온의 2분기 매출액은 5961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38.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90억원으로 21.3% 늘었다.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1조1467억원이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를 개발·출시해 유명세를 얻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원가 공급’ 방침을 유지했기 때문에 렉키로나의 매출 기여도는 높지 않다. 렉키로나주의 지난해 생산실적은 1859억3884만원으로, 지난해 총 매출 1조8908억원의 약 10%다. 게다가 오미크론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들이 유행하자 치료제 수요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로 옮겨갔다. 올해 2월부터는 렉키로나주 신규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실질적으로 셀트리온의 매출을 견인한 사업은 바이오시밀러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대표적인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시장에서 램시마 52.3%, 트룩시마 26.5%, 허쥬마 12.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램시마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했다. 의료정보 제공기관 심포니헬스에 따르면 램시마의 점유율은 30.8%로, 지난해 2분기 대비 13.6%포인트 증가했다.
지배구조 재정비를 마치면 실적 상승세는 더욱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식회계 논란과 같은 경영 리스크가 해소되고, 장기적으로 주가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셀트리온그룹은 상장사인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3사를 셀트리온으로 합병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비상장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셀트리온스킨큐어 등 3사도 셀트리온홀딩스로 합병을 시도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