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직접 피 구하는 ‘지정헌혈’ 1년 새 2배↑

환자가 직접 피 구하는 ‘지정헌혈’ 1년 새 2배↑

저출산, 고령화, 코로나19 여파로 혈액부족 심화
지정헌혈 건수 증가세 뚜렷… 2021년 14만2355건

기사승인 2022-08-17 16:01:34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지정헌혈 건수가 1년 만에 약 2배 증가했다. 이는 환자가 자신의 수혈을 위해 직접 헌혈자를 구해야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지정헌혈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혈액 부족상황과 지정헌혈의 문제점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지정헌혈(directed donation)이란 헌혈자가 의료기관 및 환자를 지정해 헌혈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기관이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수술에 필요한 혈액을 요청해 지정 의뢰한 헌혈지원자가 혈액원에서 헌혈 후 그 혈액을 지정된 환자에게 수혈하게 된다.

안 대표는 “저출산, 고령화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혈액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혈액수급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중증질환 환자와 가족이 지정헌혈을 통해 직접 혈액을 구해야하는 어려움이 생겼다. 실제로 지정헌혈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헌혈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 실적은 총 260만4437건으로 전년대비 0.3% 감소했다. 헌혈 실적은 2018년 288만건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부터 279만건, 2020년 261만건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2013~2021년 국내 지정헌혈 현황.   최혜영 의원실 제공

이 와중에 ‘지정헌혈’ 건수는 2018년 1만9953건, 2019년 4만5429건, 2020년 7만7151건, 2021년 14만2355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지정헌혈 건수는 전년대비 약 2배 늘었다. 

또한 최혜영 의원실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6월(6개월) 총 일반헌혈 125만5907건 중 지정헌혈 건수는 7만5870건으로 6%를 차지했다. 2021년 지정헌혈 비율은 5.4%였는데, 2022년에는 6%대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성분채혈혈소판 경우 9.8%가 지정헌혈을 통해 공급됐다. 

안 대표는 “지정헌혈은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수혈을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고 투병과 간병에 집중할 수 없게 한다. 실제로 지정헌혈자를 구하지 못해 치료 상 어려움을 겪는 환자도 있다”며 “약 14만명의 환자와 환자가족이 헌혈자를 찾지 않고 투병과 간병에만 전념하려면, 그 만큼의 자발적 헌혈이 이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 대표는 ‘전혈’과 ‘성분채혈혈소판’으로 구분해 헌혈 참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에 따르면 전혈은 채혈시간이 짧고, 모든 헌혈의집에서 가능해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헌혈증진 노력으로 해결 가능하다. 반면 혈소판은 채혈시간이 길고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채혈장비가 없는 헌혈의집이 많아 전혈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혈은 자발적 헌혈을 유도할 수 있도록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헌혈공가제 보다 현실성 있는 헌혈외출제로 전환 △헌혈의집 운영시간·지점 확대 △헌혈 감사 및 지지 운동 전개 △홍보 확대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성분채혈혈소판 경우는 기존 헌혈자 유지를 우선으로 △헌혈 예약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의료기관-혈액원 혈소판 사전예약제 활용 고도화 △헌혈하는 직장인에게 1~2시간 일찍 퇴근하도록 하는 헌혈조퇴제 △혈소판 채혈이 가능한 지점 확대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는 “지정헌혈을 최소화하려면 혈액관리법 개정도 고민해야 한다. 혈액부족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적정 수혈이다. 수혈에 대한 의료인과 환자 인식을 개선하고 적정수혈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적정수혈을 유도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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