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사건은 의료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사망한 전형적인 사례”다. 이 경우 유족은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치료했다고 생각하고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부 유족은 환자가 신속하게 응급수술을 받지 못하고 왜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야 했는지, 전원이 신속하게 이루어졌는지 등의 이유로 의료사고를 의심하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각되거나 패소를 당한다. 민사소송을 제기했던 유족이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판결을 받게 되면 본인의 변호사 선임비 뿐만 아니라 이보다 훨씬 많은 수 천 만원의 상대방 변호사 비용까지 보상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은 특이하게 “환자가 아닌 간호사가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사망한 사건”으로 언론방송에서 연일 보도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례적으로 현장조사까지 나갔다. 이러한 사건의 발생 원인에 대해 간호협회, 노동단체, 의사단체, 시민단체 등에서 앞 다투어 “의사인력 부족 때문이다, 필수의료 저수가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다, 서울아산병원 직무유기다,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망한 간호사와 함께 근무한 서울아산병원의 동료 직원이 익명의 게시판에 올린 제보 내용으로 판단하면 ‘간호사’가 아닌 ‘의사’가 동일한 상황에 처했다면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어떻게든 해당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데려와 응급수술을 받도록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병원 종사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글도 볼 수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의’롭지 못하다. 이번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은 동일한 병원에서 동일한 질병으로 치료받아야 했을 때 ‘일반 환자’와 ‘간호사인 환자’와 ‘의사인 환자’에게 제공되는 최선의 의료서비스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시청각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코로나19로 병상 부족이 한창일 때 서울대병원에서 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아들이 응급환자가 아닌데도 1인실에 특례 입원을 했다가 사회적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사건과 이번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은 내용적으로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울아산병원 직원이 익명 게시판에 올린 제보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처음의 기사들을 읽었을 때 서울대병원 특례 입원 사건이 함께 떠오른 이유도 병원에서 발생한 정의롭지 않은 대표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환자단체에서 활동하는 필자의 눈에는 의료인력 부족, 의료수가 문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등의 해법은 눈에 크게 들어오지 않는다. 병원에서 정말 ‘의사가 아닌 환자’와 ‘의사인 환자’가 다르게 취급되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병원 중에서 1등, 2등을 다투는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이 ‘간호사인 환자’와 ‘의사인 환자’가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폭로성 글과 관련 기사들을 보았을 때 필자처럼 많은 환자와 환자가족이 2009년 ‘마이클 샌델’이 출간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