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초 만에 할머니로 휙, 웃음 폭탄 ‘미세스 다웃파이어’

8초 만에 할머니로 휙, 웃음 폭탄 ‘미세스 다웃파이어’

기사승인 2022-09-01 17:46:03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장면. 샘컴퍼니

8초. 지난 30일 개막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철부지 아저씨 다니엘이 엄격한 할머니 다웃파이어로 변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배우들은 분장실이 아닌 무대 위에서 이런 퀵체인지를 18번이나 거듭하며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겉모습만 변하는 게 아니다. 의상과 함께 목소리, 표정, 연기 톤도 달라지는 마법이 무대에서 벌어진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1993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철없는 다니엘이 아내 미란다에게 이혼 당하고 양육권마저 뺏긴 뒤, 유모로 변장해 옛 가족을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을 공연제작사 샘컴퍼니가 영국 웨스트앤드보다 먼저 한국으로 들여왔다. 한국 버전은 각색이 자유로운 논 레플리카 버전으로 제작됐다.

덕분에 관객들 사이에선 ‘K-패치가 제대로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시연된 공연 일부를 보니 ‘지린다’ ‘야 나두’ 등 한국 관객에게 통하는 유행어가 줄줄이 등장했다. 여장을 결심한 다니엘이 자신을 배우 윤여정처럼 변신시켜 달라고 요구하거나, 요리 유튜버가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연상시키는 대목도 유쾌했다. 박민선 프로듀서는 “관객이 다웃파이어를 가깝게 느끼고,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장면. 샘컴퍼니

다니엘과 다웃파이어를 번갈아 연기하는 임무는 가수 임창정, 배우 정성화, 양준모에게 돌아갔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이후 10년 만에 뮤지컬로 돌아온 임창정은 연신 “무대가 무섭다”고 했다. 전날 첫 공연을 마친 그는 “가수로 처음 공연했을 때보다 10배 더 떨렸다. 공연 3시간 전부터 무섭다”면서도 “행복한 스트레스”라고 강조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임창정이 저러다 쓰러지면 어떡하나 싶을 정도로 긴장하고, 조심스럽고 세세하게 공연을 준비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실수 없이 잘 해내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칭찬했다.

앞서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정성화 종합 선물 세트”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정성화는 “관객이 이 공연의 마지막 한 조각”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연습 때는 ‘이게 재밌을까’ ‘호흡이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관객의 웃음소리와 열정을 만난 뒤에는 관객들 덕에 이 공연이 완성된다고 느꼈다”고 했다. 같은 역할에 캐스팅된 양준모는 2008년 ‘이블 데드’ 공연 이후 14년 만에 코미디 뮤지컬에 출연한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이날 첫 공연을 앞둔 그는 “두 형님(임창정·정성화)의 공연을 본 뒤, 관객과 호흡하며 자연스레 흘러가는 작품이라고 느껴 안도했다”면서 “마지막까지 즐기면서 공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렇다고 마냥 웃기기만 한 작품은 아니다. 배우들과 제작진은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모두 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연 연출가는 “재미를 살리면서 품위도 지키려고 고민했다. 브로드웨이에서 건너온 작품이지만, 지금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미혜 프로듀서는 “얼마든지 부술 수도, 다시 만들 수도 있고, 매뉴얼대로 혹은 매뉴얼과 다른 형태로 만들 수 있는 블록을 모티브로 무대를 만들었다”면서 “이를 통해 틀림이 아닌 다름, 우리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가족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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