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플랫폼, 배송비 받는다…제2 배달앱 되나

비대면진료 플랫폼, 배송비 받는다…제2 배달앱 되나

복지부 시정권고·의약계 반발로 유료화 결정
배송업체 따라 배달료 달라…한약재, 보습제 등 그레이존 존재

기사승인 2022-09-06 06:00:25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무료로 제공되던 비대면진료 ‘약배송’이 유료화 된다. 업계는 유명 배달앱처럼 콘텐츠를 다각화 해 경쟁력을 갖겠다는 목표다.

최근 복지부의 약 배달비 관련 시정권고를 받고난 이후 차츰 업계 전반이 유료화로 전환을 시작하고 있다. 다만 배송비는 플랫폼별로 가격이 다르다.

현재 닥터나우는 퀵배송 8000원, 오늘배송은 4000원, 택배배송은 1000원로 제공하고 있다. 올라케어는 퀵배송 5000원, 일반 택배배송은 2000원이며 체킷은 2500원을 부담하면 일반 배송이 가능하다. 굿닥은 퀵은 5000원으로 서울과 경기, 부산만 가능하며, 전국 택배는 2000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나만의 닥터는 전국 동일 택배배송 2500원으로 책정했다. 닥터콜은 택배배송은 거리에 따라 500~5000원까지 달라지며, 퀵배송은 기준 금액 없이 거리에 따라 다르게 부담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이나 쇼핑몰 배송비처럼 어떤 배송업체와 계약했느냐에 따라 약배송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면서 “복지부 가이드라인에서도 무료배송을 없애야한다거나, 얼마라고 규정짓지 않은 부분이라 업체별로 자율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무료배송 서비스는 초반 비대면진료 플랫폼 인지도가 부족할 때 활용도를 높이고자 한시적으로 시작한 서비스 차원인 만큼 언젠가 없어질 부분 이었다”며 “현재는 어느정도 인지도를 얻으면서 무료배송 서비스가 끝나더라도 많은 이용자들이 찾고 있다. 이제는 한 차원 넘어선 서비스를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송비 유료화 이후 닥터나우는 최근 실시간 무료 건강상담, 건강꿀팁 컨텐츠 등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최근 건강검진 받은 결과를 확인하거나 대면 진료 봤던 병원 리스트를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올라케어 역시 의료진 상담 커뮤니티를 운영해 2030세대 건강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사용자 동의 하에 환자의 진료이력 및 건강검진(국민건강보험공단), 투약이력(건강보험심사평가원), 예방접종이력(질병청) 등 공공기관에서 보유 중인 개인건강정보를 닥터콜 서비스와 연계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진료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전반을 아우르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마치 배달앱 ‘배달의민족’처럼 음식 배송, 맛집 검색, 음식 쇼핑 등 한 플랫폼에서 다 확인할 수 있는 이른바 ‘슈퍼앱’이 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왼쪽) 닥터나우 처방전 전송 방법 고를 때 화면 (오른쪽) 올라케어 배송비 관련 변경 안내.   캡처 

배송비 유료화, 이유는?…호객행위 누명·의약계 논쟁 해소
 
지난 7월28일 보건복지부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의약계가 보건의료체계를 흐트러트릴까 우려했던 플랫폼 업계의 서비스에 제한을 걸었다. 

그 중에서도 ‘무료 약배송’은 ‘호객행위(사은품 제공, 의약품 가격할인 등) 등을 통해 환자와 의료기관 및 약국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한다는 규정’과 어긋난다며 의약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협조문을 배포, 비대면 진료 플랫폼 운영사에 ‘의약품 배송비 면제’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원산협은 “협회 소속 전 회원사가 환자 의약품 배송비 전액 면제 행위를 즉각 중단했다”며 “원산협 비회원사 역시 의약품 배송비를 전액 면제하고, 이를 광고 소재로 사용하는 등 보건 당국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행태를 중단하고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자 편의성 보장과 산업 활성화를 위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제도화된다면 좋겠지만, 의약품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다 성숙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위한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배송 유료화 전환을 통해 호객행위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는 것과 더불어, 의약계와의 논쟁을 줄여가면서 비대면진료 법제화에 신속하게 다가가고자 한다.

업계 노력에도 ‘그레이존’ 존재

아직 ‘첫 가입, 배송 무료’와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지만, 향후 모두 유료로 전환될 것이라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그레이존(grey zone)도 존재한다. 

일례로 한의과 비대면진료 후 한약재 12만원이상 사면 무료배송으로 보내준다던지, 피부과 진료 후 보습제 5만원이상 구매시 무료배송 해준다는 등에 있어서는 제재 한계가 있다. 약사법과 연계되는 의약품이 아닌 경우 같은 업계끼리도 무료배송 서비스로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활성화된 것은 고작 2년 정도고, 이제야 정부나 의약계, 산업계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가이드라인이 나오긴 했지만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어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면서 “2년 동안 큰 탈 없이 진행된 만큼, 앞으로도 의약계와 좋은 관계로 풀어나가 건강한 비대면진료 제도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의약계는 업계의 배송비 전환 등 노력에도 여전히 우려가 많다. 특히 독점 문제로 지목됐던 배달앱처럼 될 경우, 일방적으로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계가 바라보는 제2의 배달앱으로서의 역할과는 결이 달랐다.

유승현 고려대안암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상조교수는 지난 6월 공개된 의료정책연구소 의료정책포럼(20권 1호) 기고를 통해 “기존 배달 플랫폼 기업 성장과정에서 제기된 다양한 독점 문제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떤 플랫폼에 네트워크 효과로 사업자와 이용자가 몰리면, 가격을 낮춰 규모를 키우고 어느 수준이 이상으로 독점이 가능해지면 가격을 올리고, 막대한 데이터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시적이라는 전제조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 회사들은 이제 의사들의 정보를 게시하고 벌점을 부여, 의사를 선택하는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불완전한 형태의 전화처방 경험을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그는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적절한 보상과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함으로써 제공자들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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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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