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과 환절기가 겹칠 때마다 감기약 품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진통·소염·해열제의 생산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물론, 제품이 도매상을 통해 약국에 유통되기 때문에 분배상 불균형도 해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감기약 수급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약국가에서는 최근 2개월 내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씨가 말랐다는 고충이 이어지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발열, 두통, 근육통을 진정시키는 해열진통제 성분으로, 잘 알려진 ‘타이레놀’과 ‘펜잘’ 외 다수 품목이 시판 중이다.
감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은 대부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세트아미노펜뿐 아니라 ‘덱시부프로펜’과 ‘이부프로펜’ 역시 품절이 반복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앞서 7월 4~5주차 감기약의 수급 현황 모니터링을 재개하면서 “수요량 대비 생산·수입량과 재고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공급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상황으로 판단했지만, 곧 8월 한달 간 약국가는 감기약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부터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이 구축돼 약국에서는 실시간으로 재고 수량을 공유받고, 부족한 품목을 선정해 도매상에 공급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 도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감기약 품귀현상을 예방하지 못했다. 특히, 확진자가 증가할 때마다 유독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확보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토로가 적지 않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김성진 약사는 “백신 접종자가 많이 줄어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수급이 그나마 안정된 상태였는데, 확진자가 늘면 상황이 빠르게 악화한다”며 “아세트아미노펜이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모든 감기환자와 모든 코로나19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필요한 게 아닌데 처방이나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제용 제품의 품귀현상이 유독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라도 처방전을 받은 환자에게 제공하는 조제용 제품은 매약 환자에게 제공하는 판매용보다 단가가 저렴하다. 김 약사는 “약국에 조제용 약이 바닥나도 환자들이 계속 처방전을 들고 방문하니, 판매용 약을 뜯어 조제한다”며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을 통해) 없는 약 요청하면 공급해 준다고 해도, 애초에 재고가 없으면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동네 약국의 상황은 더욱 난처하다. 의약품 제조사와 약국을 연결하는 도매상과 평소 밀접한 거래관계를 형성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처장은 “품귀 현상이 있는 제품의 경우, 도매상은 당연히 평소 거래 규모가 큰 주요 대형 약국에 먼저 공급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선 순위 고객이 아닌 동네 작은 약국들은 감기약을 구하기 더욱 어렵다”며 “감기약 재고가 생겨도, 약국마다 골고루 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감기약 품귀 현상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감기약 증산이 쉽지 않은 탓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분석하는 원인은 위탁생산 시스템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감기약을 공급하는 제약사 가운데는 자체 공장을 가진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위탁생산을 맡긴다”며 “위탁생산을 하는 기업은 여러 제약사로부터 감기약 외에도 다양한 의약품 제조를 수주해 연간 생산계획을 세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서 갑자기 감기약이 많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미 계약된 다른 제약사의 의약품 위탁제조를 뒤로 미루거나 중단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