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유전자 변이 알아야 최선의 치료제 선택”

“폐암, 유전자 변이 알아야 최선의 치료제 선택”

기사승인 2022-09-09 06:00:29
이정은 충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폐암 진단 및 치료제 최신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중앙암등록본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에 우리나라에서는 25만4718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다. 그 중 폐암은 2만9960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11.8%에 해당해 2위를 차지했다.

의사들이 체감하는 폐암 환자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임상 현장에서는 ‘암 환자 5명 중 1명은 폐암’이라는 말이 흔할 정도다. 폐암이 개인의 일상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질병 부담을 가중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이정은 충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잘 알아야, 잘 치료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수없이 많은 환자들의 곁에서 폐암과 싸워 온 이 교수는 진단 시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파악해야 향후 치료 과정에서 성공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최선의 치료제를 선택하고, 신약이 등장했을 때 환자가 혜택을 누리도록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로부터 폐암 진단과 치료의 최신 동향에 대해 들었다. 

“폐암, 폭 넓은 유전자 검사가 환자에 유리”

폐암으로 진단되면, 어떤 치료제를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환자의 조직을 채취해 검사를 진행한다. 기본적으로는 EGFR, ALK, ROS1, BRAF 등 오래전부터 표적치료제가 출시된 네 가지 유전자 변이 여부와 PD-L1 발현율을 확인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약제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진행해야 할 유전자 변이 검사가 늘어났다.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가 대표적인 방식이다. 특정 유전자를 증폭시켜 변이를 진단하는 방법이 있다. 일부 유전자 변이는 면역조직화학염색(IHC) 검사를 통해 진단하기도 한다. 형광 염색을 통해 유전자를 시각화하여 진단하는 형광제자리부합법(FISH) 검사도 있는데 인력 문제로 최근에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유전자 염기 서열을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읽어낼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검사가 더 많이 쓰인다. NGS는 유전자 변이를 폭넓게 확인해 자신에게 적합한 약을 찾을 확률을 높여준다. 유전자 변이를 찾기 위해 여러 번의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환자 몸 속에서 조직을 채취하는 것은 쉽지 않고, 환자의 건강에도 부담이 된다. 때문에 한 번 채취한 조직을 최대한 활용해 한번에 폭넓은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속속 등장하는 신약, 치료제 없던 암환자도 희망 생겨”

대부분의 환자는 NGS검사가 무엇인지 모른다. 이 교수는 그런 환자에게 ‘NGS검사는 어떤 치료제가 적합할지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설명을 들은 환자들은 대부분 검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한다. 임상 현장에서는 점차 진단과 동시에 NGS 검사를 진행하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편의성을 차치하더라도, NGS의 필요성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치료제가 없었지만, 새롭게 치료가 가능해진 유전자 변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KRAS 변이 비소세포폐암이다. KRAS는 종양 연구 초기인 1982년, 폐암 종양유전자 가운데 제일 먼저 발견됐다. 발견 당시에는 종양유전자들은 하나의 큰 덩어리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하위유형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때문에 G12C와 같은 특정 염기서열이 임상적으로도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이후 2010년도 전후로 EGFR 유전자를 통해 종양유전자의 하위 유형이 각각 임상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발견됐고, 이와 맞물려 KRAS도 하위유형에 따라 특정 변이에서는 표적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2013년, KRAS G12C 근처에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날 때 만들어지는 주머니가 발견되면서, 해당 기전을 활용해 최초의 KRAS G12C 표적치료제인 ‘소토라십’이 개발됐다.

이 교수가 적극적인 유전자 변이 검사를 통해 향후 개발될 신약을 신속히 활용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6개월 불과했던 폐암환자 생존기간, 꾸준히 연장돼”

국내 폐암 4기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6개월에 불과했다. 이후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치료 옵션의 개발을 통해 5년 상대생존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생존율 또한 개선된다는 점은 그만큼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경험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치적으로만 계산해 본다면 1990년대 대비 생존 기간이 다섯 배 이상 늘어났다. 그만큼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KRAS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높은 종양이질성을 가지고 있어서 항암화학요법, 면역항암제 등 표준 치료에서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인다. 그 중에서도 KRAS G12C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은 KRAS 정상형 폐암 또는 다른 KRAS 변이 폐암과 비교해 수술이나 항암화학요법 치료에서 낮은 생존율을 보인다. 다행히 이제 국내에도 KRAS G12C 표적치료제인 소토라십이 출시된 만큼, KRAS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들의 생존 기간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2년 이상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환자 가운데 KRAS 변이를 확인한 케이스가 있다. 다음 항암치료 차수에 어떤 옵션을 써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소토라십이 출시했다. 환자는 물론이고 의사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하나 더 등장했다는 것은, 적어도 10% 이상의 환자의 생존 기간을 1~2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상반응에 대한 걱정도 크지 않아 더욱 기대감을 갖고 있다. 올 4월에 소토라십을 투약한 174명의 데이터를 2년간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는데,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 객관적 반응률은 40.7%로 기존 허가 임상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질병조절률 또한 83.7%로 기존 임상연구와 비교해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흡연자·다른 변이 없는 환자, KRAS 변이 검사 이익 커”

기존에 보고된 여러 데이터와 임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좋았던 환자들 △EGFR 등 다른 표적치료의 대상인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던 환자들 △흡연 경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KRAS 유전자 변이 진단을 권장한다. 우선,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좋았던 환자들이 KRAS 변이가 많이 나오는 걸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미 치료 중인 환자의 경우, 면역 항암제를 오랜 기간 사용했다면 KRAS 유전자 검사를 꼭 해볼 필요가 있다. 

면역 항암제를 사용하는 환자군들은 대부분 EGFR, ALK 등 다른 유전자 변이를 추가로 갖고 있지 않다. 반대로 설명하면 다른 유전자 변이를 보유한 환자들은 KRAS 변이가 나올 확률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KRAS 변이는 잘 알려진 다른 유전자 변이와 상호배타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가 전혀 없는 환자는 KRAS 유전자 변이 검사를 통해 얻을 이득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치료 중인 환자 중에서는 폐 선암이면서 면역 항암제 효과가 있고, 다른 유전자 변이가 없는 경우 KRAS 유전자 변이 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임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KRAS는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흡연 경험이 있는 환자라면 KRAS 검사를 해볼 만하다. 

“암 치료, 무엇보다 ‘지피지기’가 중요”

적극적인 유전자 변이 진단이 필요한 이유는 하나다.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길 가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암이 그 자체로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이해하게 되면, 환자와 보호자도 더욱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한다.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어떤 치료 여정을 통해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한다. 

물론, 유전자 변이 검사 결과가 반드시 치료를 쉽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활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많고, 환자에게 유리한 돌연변이가 나올 확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그럼에도 환자가 갖고 있는 유전자의 형태는 환자의 암의 상태를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치료 외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새로운 약제가 나왔을 때 치료가 가능한 환자에게 빨리 적용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하더라도, 향후의 치료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데 의의가 크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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