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접종이 시작됐다. 정부는 안전성을 내세워 미접종자에게 접종을 독려하지만 시민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스카이코비원은 국내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개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일 경북 안동 풍산읍 경북바이오산업단지에서 스카이코비원 출하 기념식을 가졌다. 개발에 착수한지 2년 6개월 만이다.지난 5일부터 전국 17개 시도 보건소, 위탁의료기관 등 1383곳에서 스카이코비원 당일 접종이 가능해졌다. 스카이코비원 접종 대상자는 18세 이상 성인 미접종자다. 기초접종(1, 2차)까지 가능하다. 1차와 2차 접종 간격은 28일이다.
국산 1호 백신...기존 백신과 무엇이 다른가
스카이코비원은 인플루엔자, B형간염 백신 등과 같은 다양한 백신 제조에 활용되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제조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해 항체를 생성하는 방법이다. 현재 백신 주류를 이루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화이자·모더나 등)보다 안전성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비교했을 때 이상반응은 더 적고, 효과는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임상시험 결과, 스카이코비원이 AZ백신보다 감염 위험을 억제하는 중화항체 값이 2.9배 증가했고 항체가 만들어지는 비율(항체전환율)도 1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반응도 AZ백신보다 적다. 스카이코비원 이상반응은 13.3%, 중대 이상반응은 0.5%로 나타났다. AZ백신 이상반응 14.6%, 중대 이상반응 0.5%에 비해 낮거나 같다.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스카이코비원 투여 후 가장 흔하게 보고된 약물이상반응은 주사부위 통증(55.7%), 피로(31.1%), 근육통(30.5%), 두통(29.9%)로 대부분 경증 내지 중등증이었다. 백신 투여 후 수일 내 소실됐다.
현재는 기초접종자 대상...“9월 중 추가 접종 활용 계획도”
3차 등 추가접종으로 스카이코비원을 맞았을 때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도 확인됐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2일 스카이코비원으로 추가접종을 받은 5개 대상군을 분석한 결과 접종 전 대비 BA.1에 평균 약 51.9배, BA.5에 약 28.2배 중화능 상승 효과가 나타났다.
국립보건연구원은 “mRNA 제형의 백신으로 기초접종(1차, 2차) 후 스카이코비원으로 추가접종(3차 접종) 하였을 때, 초기 우한주 및 BA.1, BA.5 변이바이러스 모두에서 높은 중화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스카이코비원의 3, 4차 접종 활용도 얼마 남지 않았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국내 개발 백신의 추가접종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질병청은 당장 이달 중 추가접종 활용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국산 1호 백신이 안정성이 높고, 부작용이 덜하다는 점을 내세워 미접종자를 상대로 접종을 독려한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mRNA 백신에 대한 이상반응 우려로 그간 기초접종을 꺼린 분들은 스카이코비원 접종이 가능하다”면서 “(오미크론용) 2가(개량) 백신은 기초접종 완료자에게 추가접종으로 하게 되므로 아직 기초접종을 하지 않은 분들은 기초접종에 참여해 달라”고 발언했다.
미접종자들 “여전히 맞을 생각 없다”
하지만 정작 시민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접종 시작이 며칠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약률은 저조하다. 스카이코비원 백신 접종 사전예약 첫날인 지난 1일 예약자는 19명이었다. 주말이 지나는 동안에도 두 자릿수를 넘기지 못했다. 지난 6일까지 누적 예약인원은 49명이다.
지난 1일~6일 1차 백신 예약자는 총 1559명이다. 이 중 스카이코비원은 49명, 스카이코비원 외 타백신은 1510명이다. 현재까지 1차 접종을 하지 않은 18세 이상은 약 285만7000명에 달한다.
백신 미접종자들은 굳이 이제 와서 맞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5)씨는 “국산 1호 백신 접종 시작 사실도 몰랐다”면서 “화이자, 모더나처럼 국제적인 제약회사에서 만든 백신도 안 맞았는데 국내 기업에서 개발한 백신을 맞을 이유를 딱히 찾지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북 군산에 사는 직장인 양모(32·여)씨 역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국산 1호 백신이 나온 줄 몰랐다”면서 “어차피 백신을 맞아도 걸릴 사람은 다 걸리더라. 부작용도 걱정된다. 정부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홍보해도 믿음이 안 간다”고 딱 잘라 말했다.
동절기 재유행에도 부정적…국민 10명 중 3명 “접종 의향 없어”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백신 접종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백신혁신센터 천병철 교수팀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일반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인식도 조사를 실시, 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가을 또는 겨울에 다시 코로나 예방접종 시행시 ‘접종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45.7%였다. ‘의향 없다’는 30.5%로 집계됐다.
코로나 인식 관련 설문에서 ‘코로나 백신은 나의 건강을 위해서 중요하다’ 62.3%, ‘코로나 백신을 맞는 것은 내 지역사회의 다른 사람들의 건강을 위하여 중요하다’ 67.4%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이에 반해 ‘코로나 백신은 효과적이다’ 51.9%, ‘정부에 의해 제공되는 모든 백신은 유익하다’ 39.0% ‘백신 제공자들(정부, 제약회사 등)로부터 내가 받는 코로나 백신에 대한 정보는 신뢰할 만하다’ 40.7%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백신의 효과, 안전성에 대해서 정부와 제약회사가 왜곡하거나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적지 않다”며 “백신 관련 루머 생성과 확산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했다”고 풀이했다.
강대희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거리두기·마스크 착용·백신 접종에 대한 경각심이 확실히 떨어졌다. ‘백신 맞고 고생하느니 차라리 빨리 걸리자’는 생각을 하는 시민도 많다”면서 “지금 방역당국이 내세우는 게 과학방역 아닌가. 어떻게 항체가 만들어지고, 기존의 백신보다 얼마나 더 안전한지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이 나와서 설명하던지,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지금까지 백신을 맞지 않고 버티던 이들을 설득하기에는 방역당국의 홍보나 설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스카이코비원 접종률이 낮은 것에 대해 “후발주자들이 겪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봤다. 엄 교수는 “1, 2차 기초접종은 이미 많은 국민이 접종을 마쳤다”며 “스카이코비원은 화이자, 모더나 등 널리 알려진 익숙한 백신들에 비해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굳이 새로운 약을 선택해야 할 필요성을 잘 못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