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연금개혁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연금개혁을 앞두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지급 방식을 지속하는 게 맞는지 의문도 제기됐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7일 시작했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현행 국민연금법에는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하도록 국가 책무가 규정돼 있다”면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우려에 따른 국민 불안 완화를 위해 신뢰도 제고를 위한 방안을 지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조 후보자는 “지속가능성과 공정성 제고,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재정 추계를 추진 중으로 결과에 따라 기초연금 인상시기와 방법 등은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고령화·저출산…연금 고갈 시기 앞당겨질 듯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마쳐야 한다. 재정계산에는 국민연금 고갈시점 등이 담긴다.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10월까지 국민연금 운영방식과 보험료율 등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한다. 복지부는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본격 수행하기 위해 지난 22일 국민연금 재정계산 추진단을 발족한 상태다.
앞서 지난 2018년 진행된 4차 재정계산에서는 국민연금이 현행 틀을 유지할 경우 연금 기금이 오는 2057년 바닥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13년 내놓은 3차 재정추계에서 국민연금이 2044년 적자 전환해 2060년 바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 것보다 3년 앞당겨진 것이다.
연금 고갈 시기를 앞당기는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와 저출산이다. 정부는 4차 재정계산 때 2030년 합계 출산율(가임여성 1명 당 평균 출생아 수)이 1.3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전망치를 내놨다. 하지만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갈수록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까지 추락했다.
여야 “기초연금 올리자”…40만원으로 인상되나
연금 전문가들은 이제 보험료율 인상, 수급연령 인상 등 모수개혁 방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특수직역연금, 퇴직연금까지 총망라한 구조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특히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두 제도 간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초연금 인상을 공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월 30만원 수준인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선공약으로 40만원 인상을 약속했다.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의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한 뒤 오는 2024년부터 인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완화를 위해 도입됐다. 박근혜 정부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3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액수가 한 달에 45만원 이상이면 가입기간 등에 따라 기초연금이 최대 50%까지 감액되는 ‘연계감액 제도’가 시행 중이다. 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이 덜 받는 사람에게 양보하라는 취지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 액수를 줄이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비판, 그리고 국민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연계감액 제도 실효성에 의문…“본래 취지부터 불순”
그러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보완이 아닌, 대체 관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국민연금연구원에서 나온 ‘기초연금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유인의 관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 1000명에 기초연금액이 40만원까지 인상될 경우 국민연금 장기가입 의향을 물어보니, 전체 응답자 33.4%가 국민연금 가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기초-국민연금 연계감액이 본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연금연구원 최옥금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기초·국민연금 동시 수급자는 2014년 132만3000명에서 2021년 265만명으로 늘었다. 제도 연계로 인한 감액수급자 수는 48만6000명으로 동시수급자 대비 비율은 18.3%다. 이 비율은 2019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20% 아래에 머물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기초·국민연금 동시수급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연계 감액자 비중은 큰 변화가 없고 연계감액 수급자의 기준 연금액 대비 평균연계감액 금액 비중은 하향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감액으로 인해 제도 복잡성이 가중됐다”면서 “기초연금의 성격이 ‘수당적 연금’인지,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주적 부조’인지 명확하지 않다”고도 짚었다.
전문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운영을 폐지하고 기초연금 대상자 재선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계 운영 같은 꼼수가 아닌 지속 가능한 제도 개혁으로 재정 절감을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는 도입 당시에도 전문가 반대가 극심했다”면서 “박근혜 정부 초대 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진영 국회의원이 연계 도입을 반대하면서 장관직을 사퇴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애초에 성격이 다른 연금을 서로 연계시키는 취지부터가 불순했다”면서 “결국은 재정 절감하자는 소리다. 갈수록 늘어나는 비용이 감당 안 되니까 어떻게든 절약해보려고 억지논리를 편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연구위원은 “해법은 하나다.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기초연금 대상자를 줄이고 더 주는 방법 밖에 없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대상자를 줄이고 취약 노인에게 더 지급하라’고 기초연금 개편 방향을 10년 전부터 권고했다. 노인 70%가 아니라 대상자를 더 줄이고, 취약계층에 집중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