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안제 건강보험 지원 지각변동 예고…국민 득실은

점안제 건강보험 지원 지각변동 예고…국민 득실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급여재평가 추진 의지 확고
업계, 대형 로펌과 손 잡고 경계 태세 강화…국민, 접근성·가격 득과 실 존재

기사승인 2022-10-12 06:00:11
보건복지부.   사진=박효상 기자

 

정부가 히알루론산 점안제의 급여재평가 추진에 힘을 싣자 제약업계의 경계 태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국민에게도 여파가 있다. 전문의약품 탈락시, 구매 접근성은 높아지지만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크다.

지난 9월 공개된 보건복지부 인사청문회 서면질의에 따르면,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보건복지부에 ‘인공눈물(점안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재검토’ 여부에 대해 물었다. 최 의원은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를 이어가고자 했다.

인공눈물은 성분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동시 분류된다. 그 중에서도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전문의약품으로, 연간 처방액이 2300억원에 이른다.

복지부는 2020년부터 기존에 급여 중인 의약품에 대해 최신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등을 재검토하는 건강보험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2023년 재평가 대상에 히알루론산 점안제가 포함됐다.

복지부는 히알루론산 점안제 경우 성분 기준 청구액이 약품비 등 청구액의 0.1%인 191억원 이상인 데다가, 다른 성분인 인공눈물 일반의약품과 성능 차이가 미비하다는 점을 비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서면질의 답변에서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견고히 했다. 

조 보건복지부 장관은 “히알루론산 점안제 경우 보험 등재 연도가 오래되고 청구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며 “관련 교과서, 임상 문헌 등 의학적 근거와 대체 약제 대비 비용효과성 등을 토대로 평가하되, 평가 과정에서 관련 건의 등을 수렴해 사회적 요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대형 로펌까지 섭외한 제약사들…재평가 추진에 경계 바짝

올해 초 복지부의 재평가 추진 계획 발표에 제약사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안과용제를 주력하는 제약사들에게는 이번 재평가 결과로 히알루론산 점안제가 전문의약품 인정을 받지 못하면 2000억원대의 시장을 날리게 되는 셈이다.

이에 점안제 판매 주력 제약사 중 10개사가 모여 대형 법무법인 김앤장을 섭외, 재평가 단계부터 이의를 제기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히알루론산 점안제의 27% 약가인하까지 받아들여야 했던 제약사들은 더 이상 매출 손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인사청문회의 복지부 서면질의 답변에 대해서는 공동대응하기로 한 각 사별로 입장을 정리해야하는 만큼 입장 표명은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A제약사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점안제 업체 10개 제약사는 김앤장과 함께 정부의 급여재평가 관련 대응방안을 모색해왔다. 재평가에 대한 이의제기 뿐만 아니라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등 급여 유지에 필요한 입증자료를 마련코자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공동대응인 만큼 민감한 부분이 많아 지속적인 논의 과정에 있다. 대대적 입장 발표는 아직 고려중”이라며 “이번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에 대한 대응도 각 사마다 다른 답변이 있을 수 있으니 의견을 취합하고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히알루론산 점안제 급여 삭제 우려가 높은 상황인 만큼, 업계는 정부측 입장에 경계를 세우고 있다. 일반의약품이 될 경우 매출 타격이 굉장히 크다. 처방액이 크면 그만큼 R&D에 투자하고, 제품을 다각화할 수 있을 텐데 정부는 이를 삭감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면서 “이번 서면답변 질의 관련해 정부 동태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히알루론산 점안제, 전문의약품 탈락된다면…국민 득인가 실인가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주로 인공눈물 용도로 사용되지만 전문의약품으로 구분돼 처방 하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적응증은 각결막 상피장애로 인한 건성안증후군, 콘텍트렌즈 착용 등에 의한 외인성 질환이다. 

히알루론산 점안제가 급여 재평가에서 탈락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처방약일 때에 비해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대한노인회는 성명서를 내고 “많은 어르신들이 백내장, 녹내장 등 각종 눈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특정 눈 질환이 없더라도 눈이 건조해 일상생활에서 인공눈물을 수시로 사용하고 있다”며, “필수품인 인공눈물에 대해서까지 보험 혜택을 없애고 본인 비용으로 부담하게 한다면 더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의약계는 찬반 입장이 엇갈린다. 의료계는 대부분 급여재평가를 반대하면서도, 일부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안구건조증 치료 목적보다는 일반의약품 인공눈물과 같은 용도로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지역 한 개원의 안과 의사는 “의료계 사이에서도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처방양이나 처방내용을 들여다보면, 국민 보험 재정이 낭비되는 요소들도 분명 존재 한다.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계 입장을 반영한 재평가 과정은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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