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현지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로 업계가 술렁이고 있지만, 기존에 계획했던 미국 현지 법인을 차질 없이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최근 미국 현지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산업 부양 정책 기조를 보이며 반도체, 전기차와 함께 바이오를 이른바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USA)’의 핵심 산업분야로 꼽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바이오의약품 원료 및 완제품의 자국 내 생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을 천명했다.
이런 행정명령은 미국 밖 기업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로 풀이됐다. 미국을 주요 수출 시장으로 상정하던 기업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지에 연구개발 및 생산 거점을 두고 미국 시장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다면,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른 인센티브를 누릴 수도 있다. 또한 행정명령은 해외 기업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한다는 목적이 아니며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 협력을 증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미국 현지 법인 설립을 결정했다.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내년 2월 중으로 운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현지 법인에 부임할 초대 법인장은 김훈 SK바이오사이언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겸임한다. 주로 연구개발, 해외 파트너십 구축 등을 실행할 예정이다.
미국 현지 법인 설립은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명령에 앞서 준비해온 사업이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설명이다. 행정명령이 현지 법인 설립 과정에 예상치 못한 소식이기는 하지만,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사무실을 만드는 일은 1~2개월만에 갑자기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미국 현지 법인은 이전부터 오랫동안 검토한 사안이라 바이든 행정부의 발표와 무관하고, 행정명령이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생산 거점도 여전히 국내에서 자리를 지킨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은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에 위치한 L하우스에서 생산되고 있다. L하우스의 최대 생산 역량은 연간 5억 도즈 이상이다. 오는 2024년까지 2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설비를 확충하고, mRNA를 비롯한 다양한 백신 플랫폼을 취급할 수 있도록 공정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현지 법인은 연구개발 위주의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생산설비를 확보할 계획은 없다. 아울러 현재 추진 중인 ‘글로컬라이제이션’ 사업 역시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취지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달 초 SK바이오사이언스는 김영석 실장을 전략기획 담당 임원으로 신규 영입하면서 “중저개발국에 백신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bal·localization) 사업도 본격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미국 법인 설립 지역은 현재 몇몇 곳을 검토하는 중이다”라며 “현지 생산 시설 운영은 예정에 없고, 주로 연구개발 활동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컬라이제이션 사업은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개념이 아니고, 아직 백신 생산 역량이 낮은 중저개발국가 현지에 시설과 기술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면서도 “기여나 공여라기보다는, 사업의 글로벌화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