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론티스(LAPS-GCSF)’가 한미약품의 자체 개발 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현지 시장에서 상업화했다. 미국 상품명은 ‘롤베돈’이다.
롤론티스는 지속형 호중구감소증치료 바이오신약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이른바 ‘국산 신약 33호’로 주목받으며 출시됐다. 호중구는 백혈구 가운데 과반의 비율을 차지하는 세포인데, 호중구 수치가 떨어지면 감염과 염증에 취약해진다. 암환자가 수차례 약물 및 방사선 항암치료를 거듭하면 부작용으로 호중구감소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롤론티스는 중증 호중구감소증의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쓰인다. 경쟁 제품으로는 앞서 2002년 출시된 암젠의 뉴라스타가 꼽힌다.
한국, 중국,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롤론티스의 개발 및 판매 권한은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이하 스펙트럼)이 갖는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2년 미국 바이오기업 스펙트럼에 롤론티스를 기술수출했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 스펙트럼의 지분 8.3%를 차지해 연결회사 관계에 있다.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스펙트럼 이사를 겸임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롤론티스는 FDA 실사를 통과한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수출된다.
미국 시장 출시 과정에는 복병이 적지 않았다. 스펙트럼과 한미약품은 당초 2018년에 FDA에 롤론티스 허가신청을 제출했지만 데이터 보완을 요청을 받았다. 이에 추가 자료 준비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허가신청을 자진 취하하고, 2019년 8월 자료를 보완해 롤론티스를 다시 심사대에 올렸다.
하지만 이듬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심사 및 생산시설 실사 절차가 기약 없이 연기됐다. 지난해 5월에야 평택 바이오플랜트에 대한 실사가 진행됐지만, 올해 7월 한차례 재실사를 추가로 실시한 끝에 9월 시판허가를 받았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 이외에 파이프라인의 미국·유럽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식약처, FDA, 유럽 식품의약국(EMA) 등에서 총 20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까지 개발 중인 6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10가지 적응증으로 FDA 9건, EMA 8건, 식약처 3건 등이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후보물질은 향후 시장에 출시되면 세제 혜택, 일정 기간 판매 독점권 보장 등의 혜택을 적용받는다.
가장 기대를 받는 후보는 ‘포지오티닙’이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폐암 신약으로, 스펙트럼에 2015년 기술수출했다. 지난해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고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다만, 포지오티닙의 시장 출시 시점은 미지수다. 최근 FDA 산하 항암제자문위원회(ODAC)가 포지오티닙의 안전성 및 효과성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고 ‘신속승인 비권고’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ODAC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으며, 허가 여부는 FDA가 최종 결정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롤론티스는 내수용과 미국 수출용 모두 국내에서 생산한다”며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생산 역량과 규모를 고려하면 (국내외 수요 감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생산 시설 구축 계획에 대해서는 “우선 출시 이후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것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포지오티닙의 허가심사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