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숨진 걸 눈앞에서 봤어요.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I saw her dead body. I don’t know where she is)”
30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네이선 타베르닉(24·호주 국적)씨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 네이선씨는 이날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 외국인 사망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했지만 친구를 찾지 못하고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네이선씨의 친구 A씨(23·여)는 2주 전 한국에 놀러 왔다. 호주에서 대학을 함께 다닌 절친한 친구였다.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네이선씨를 만나고 함께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A씨는 내달 13일 호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네이선씨와 A씨, 그리고 한국 친구 2명은 전날 밤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엄청난 인파에 휩쓸렸다.
네이선씨는 “T자 모양의 교차로에서 엄청난 인파가 몰리며 사람들이 마치 ‘젠가’처럼 쌓였다”면서 “인파에 휩쓸릴 때 클럽 문을 두들기며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장이 거부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나는 앞쪽에 있어서 간신히 피할 수 있었지만 A씨는 사람들 밑에 깔렸다. 내 눈앞에서 A씨가 숨졌다. 친구 옆에 있으려 했지만 경찰에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그 이후부터는 계속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함께 있던 다른 한국인 친구는 순천향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게 네이선씨의 설명이다.
정부에서 안내한 실종 신고 번호로 전화를 해보려 해도 통화 연결 자체가 불가했다.
네이선씨는 “사고를 당한 뒤 친구 신상정보를 말하면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있다. 친구는 신분증, 전화기도 없어서 특히 걱정”이라면서 “순천향병원 말고 어느 병원을 가봐야할지도 전혀 모르겠다. 가족 친구 모두 외국에 있는 데 정말 막막한 심정”이라고 했다. 네이선씨는 “다음주 생일을 앞두고 있었는데…” 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오전 9시 기준 151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이 54명, 여성이 97명이다.
파악된 외국인 사망자는 총 19명이다. 사망자 국적은 일본,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등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태원에는 야외 마스크 해제 후 맞는 첫 핼러윈을 앞두고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