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태원, 서울서 두번째로 사람 많았다

그날 이태원, 서울서 두번째로 사람 많았다

기사승인 2022-11-04 06:01:01
이태원 참사 발생 닷새째인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몇 달 전부터 핼러윈에 들떴을 그 기분 잘 알아요.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에 그리고 참여했던 모든 이들의 기분을 알기에 더 슬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편지가 붙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열린 첫 핼러윈이었다. 모임 인원·시간 제한도, 마스크 착용 의무도 없었다. 즐거운 축제를 기대했던 청춘들이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에 모였다.

3일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용산구 이태원1동의 생활인구(내국인 기준)는 5만9398명이다. 생활인구는 서울시가 보유한 공공데이터와 통신데이터로 측정한 특정 시점, 특정 지역에 존재하는 인구를 뜻한다.

참사 일주일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0시 기준 이태원1동 생활인구는 2만4363명에 불과했다. 참사 당일보다 2배 이상 적다. 참사 전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10시에 집계된 생활인구는 3만3767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 없이 3년 만에 열리는 축제였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정부는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영업시간 제한, 클럽 등 유흥업소 영업 중지 등 고강도의 거리두기 정책을 펼쳐왔다. 이번 핼러윈에는 제한이 모두 풀렸다. 코로나19 기간 풀지 못한 피로를 해소하려는 마음도 함께 커졌다. 지난 2019년 80만명의 인파가 서울 여의도 불꽃축제를 찾았다. 지난달 3년 만에 열린 불꽃축제 방문객은 105만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보다 25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축제를 즐기고 싶어 하는 젊은층의 기대감은 어느 세대 보다 컸다. 29일 이태원에 운집한 5만9398명 중 4만6461명(78.2%)은 2030세대였다. 2030 남성과 여성은 각각 2만3197명, 2만3264명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남성은 20~24세 7138명, 25~29세 8141명, 30~34세 4828명, 35~39세 3090명이다. 여성은 20~24세 8931명, 25~29세 8727명, 30~34세 3727명, 35~39세 1879명으로 확인됐다. 

이날 이태원을 찾은 20대 청년들은 특정 지역에 몰려있었다.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1동 생활인구는 11개 집계구로 나뉜다. 집계구는 통계조사 편의상 자료를 집계하기 위한 구역이다. 인구 500명 정도의 규모로 보통 읍면동의 약 1/25 크기로 설정한다.

오후 8시 기준, 특정 두 집계구에서만 각각 1만5066명과 1만4995명이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20대는 각각 9057명, 9070명이다. 나머지 9개 집계구에는 평균적으로 2000~3000여명이 모였다. 오후 9시에도 같은 집계구에서 각각 1만5000명~1만6000여명이 있었다. 실제로 참사 당일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건의 신고 중 8건이 이 시간대에 걸려왔다. 

참사가 발생한 오후 10시, 두 집계구의 생활인구는 각각 1만6359명, 1만4688명으로 확인됐다. 서울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많았다. 가장 많았던 곳은 9510세대 대형 아파트 단지가 있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이었다.  
   
참사 현장과 300m 떨어진 곳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한 남성은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술집과 클럽이 모여있기에 그곳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길 건너편 반대 방향인 이쪽은 오후 7~8시에 대부분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닷새째인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당시 이태원을 방문한 다수가 20대였던만큼 피해도 컸다. 전체 사망자 156명 중 20대 사망자는 104명에 달했다. 전체의 66.6%다. 30대 31명, 10대 12명, 40대 8명, 50대 1명 순이다.

참사 후 청년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3년 동안 준비한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20대 여성은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가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승진과 정규직 필기시험 합격을 축하하고자 이태원을 방문했던 광주 출신 단짝 친구들의 사연도 눈물 짓게 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 대기업 입사를 앞뒀던 청년들도 다수 있었다.

희생자 추모를 위해 분향소를 찾은 청년들은 또래의 죽음과 사연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서울 광화문 분향소에서 만난 이가은(26·여)씨는 “참사 당일 이태원에 가려고 했었다”며 “갓 취업했거나 열심히 취업 준비하던 사람들이 딱 하루 놀려고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2)씨도 “젊은 사람이라면 핼러윈을 맞아 ‘나도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할 것”이라며 “저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큰일이 날 줄 정말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29일 오후 10시15분 이태원 해밀턴호텔 인근 좁은 내리막길에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사망자 156명, 중상자 29명, 경상자 122명 등 총 307명이다. 피해자 대다수는 20대였다. 참사 당시 좁은 골목길에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들어찼다. 사람들이 5~6겹으로 넘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쿠키뉴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슬퍼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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