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20대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또래를 잃은 20대의 집단 트라우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들은 자체 상담 지원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구성원 챙기기에 나섰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다수 대학이 심리상담 센터를 중심으로 이태원 참사 피해 집계 및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상자는 총 353명이다. 중대본이 발표한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97명이다. 내국인 130명, 외국인 26명이다. 아직 치료를 받는 인원도 남아있다. 부상자 197명 중 입원 21명, 귀가 176명이다. 중상 33명, 경상 16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를 연령별로 분류하면 20대가 104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30대 31명 △10대 12명 △40대 8명 △50대 1명 순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많다. △여성 101명 △남성 55명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된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이였다. 해밀턴 호텔 인근 좁은 골목에 많은 인파가 몰리며 참사가 발생했다.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이 집계한 같은날 오후 10시 용산구 이태원1동 생활인구(공공데이터와 통신데이터로 측정한 특정 시점·지역에 존재하는 인구)는 5만9398명이었다. 이 중 78.2%(4만6461명)이 2030세대였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자체적으로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구성원의 피해 사실을 파악했다. 한국어교육원 소속 외국인 유학생 2명이 숨진 서강대는 지난달 31일 학내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교내 심리상담센터도 긴급 상담에 돌입했다. 서강대 학생생활상담연구소는 학생들에게 응급상담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지속적 상담도 진행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상명대학교 학생상담센터도 상담전문가가 심리상담 지원 중이다.연세대 심리상담센터 역시 “교내에서도 이번 참사로 상처받은 구성원들이 있을 것”이라며 “생존자, 목격자, 관련된 분들에게 심리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4일, 7일 집단 심리 상담을 진행했다. 이화여대는 학내에 ‘특별 상담실’을 마련해 재학생과 유학생 대상으로 이태원 참사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대한 개인, 집단 심리 상담을 하겠다고 알렸다. 의료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화의료원과 연계해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내 A대학 상담실 관계자는 “현장에 갔던 학생뿐만 아니라 영상을 보고 너무 힘들다며 찾아오는 학생들도 많다. 지난주부터 한 번에 10명씩 집단상담을 진행 중”이라며 “학생들이 잠을 못 자겠다, 길을 걸을 때도 무섭고 두렵다, 사고 영상이 계속 생각나서 숨쉬기 어렵다 등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학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2시간 긴급 상담을 진행하고 전문적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도 있어서 병원을 안내하고 있다”며 “수요 추이를 봐서 앞으로 더 진행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B대학 심리상담센터 관계자도 “원래도 상담 요청이 많았는데 이태원 참사 이후 상담 요청 건수가 확연히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국가 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유가족과 부상자 본인, 그 가족뿐만 아니라 사고 목격자, 대응 인력 등 심리지원을 위해 민관 합동 통합심리지원단을 꾸려 지원 중이다. 복지부는 이날 지난달 30일부터 유가족과 부상자 등에게 총 2031건의 심리상담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만 52건의 심리상담이 이뤄졌다.
지난 5일 한국심리학회 등 통합심리지원단 참여 5개 학회는 성명서를 내 “현장에서 근무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인한 국민 트라우마 반응이 전과 달리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 후 국민의 재난 심리 지원 서비스 수요가 폭증한 만큼 서비스가 지체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