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랩스’가 품은 n번의 확신들

‘블록체인랩스’가 품은 n번의 확신들

기사승인 2022-11-09 10:04:02
기업이 이윤보다 공익을 우선하긴 어렵다. 하물며 초기 자본이 부족한 신생 기업이야 더 말할 나위 없다. ‘코인’이 득세인 시절에 블록체인랩스는 과감히 다른 길을 택한다. 회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자’는 신념으로 가상화폐 없는 공공 블록체인을 만들었다. 국민백신패스 ‘쿠브’(COOV)와 탈 중앙 메신저 ‘블록챗’ 원천 기술인 ‘인프라블록체인’이 그것이다.
(왼쪽부터)블록체인랩스 임병완, 박종훈 공동 대표가 9일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블록체인랩스 임병완, 박종훈 공동 대표를 9일 서울 강남역 본사에서 만났다. 고수익이 보장된 가상화폐발행(ICO)을 뿌리치면서까지 독자 기술을 고집한 사연을 직접 들었다. 그들은 “사업화 과정에서 블록체인 본질을 고민했다”고 입을 모았다.

“남들이 다 하는 걸 따라하는 게 맞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당장 돈을 벌기보다 우리가 믿는 걸 하자는 생각이 앞서자 블록체인 본질을 다시 고민했고,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트랜잭션 증명 방식(POT)의 합의 알고리즘’이다. 회사는 알고리즘 이론을 더해 16개 특허를 출원했다. 많은 부를 누리지도, 심지어 신혼여행도 못 갔지만 박 대표는 “아쉽지 않다”고 한다.

“돈은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블록체인 가치를 알게 한다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수익도 낼 수 있을 겁니다. 개인이 데이터 주도권을 가지고 소유하고 활용하는 웹 3.0이 주는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가치를 느낄 때까지 계속 시도해보려 합니다”

쿠브(COOV)앱.   연합뉴스

신용카드·백신패스·메신저
블록체인으로 만든 서비스들

다음카카오에서 일한 두 젊은 개발자가 블록체인에 빠진 이유는 단순하다. 신생 분야에 대한 성공 가능성이다. 박 대표는 “속도를 내면 개척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꿈을 펼치기엔 한국은 좁았다. 모바일 시대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그들은 미련 없이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회사 전신인 ‘요세미티X’를 설립했다. 초기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신용카드 ‘요세미티 카드’였다.

도전은 쉽진 않았다. 밤새워 단말기를 만들고 다음날 새벽이면 팔러 나갔다. 시장은 한국에서 온 개발자와 생소한 결제시스템을 반기지 않았다. 문전박대도 당했다. 현지에 머무는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실리콘 벨리가 스타트업에게 베푼 호의와 잘 되리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단말기를 처음 납품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블록체인랩스가 개발한 요세미티 카드와 단말기.

“스탠포드 지역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였습니다. 라틴계 가족들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였는데 기기를 설치해주고 우리가 만든 카드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을 때 정말 짜릿했습니다.”

‘쿠브’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내국인이 가장 많이 다운 받은 앱이다. 공익을 앞세워 기술을 개발했고, 바람대로 온 국민이 쓰는 서비스를 완성했다. 회사도 ‘쿠브’를 철학과 가장 일치한 서비스라고 자평한다. 임 대표는 “쿠브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처럼 작은 회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만약 블록체인 기반 백신패스를 만든다면 쿠브 외에는 답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습니다. 국가 간 연동을 해야 하고, 해외에서도 검증하려면 중앙 서버 방식으로는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패할 수도 있었지만 도전을 했습니다”

블록체인랩스는 최근 중앙 서버 없는 무료 메신저 ‘블록챗’을 출시했다. 

블록체인랩스는 최근 세계 최초 중앙 서버 없는 무료 메신저 ‘블록챗’을 공개했다. 개인인증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해킹 위험이 없다. 대화 내용도 개인 기기에만 저장되고, 내용을 수정할 수 있어 악의적인 이용을 막을 수 있다. 자체 ID를 생성해 대화 상대방을 바로 연결해준다. 다만 디자인이 투박해서 대중성은 떨어진다.

박 대표는 이를 순순히 인정했다. 박 대표는 “대중성이라고 하면 이모티콘도 넣고 사용성이나 편리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면에서 블록챗은 거리가 멀다”라며 “사용하기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웹3.0 이라는 패러다임에서 제공하는 가치를 지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랩스도 시작은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임 대표는 ‘왕후장상 영유종호(왕과 제후, 장수와 정승 씨가 따로 없다는 뜻)’를 언급하며 예비 창업자에게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박 대표는 “조언할 위치는 아니다”라며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오래토록 믿는 걸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며 믿음과 끈기를 강조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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