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흡입형’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복약 편의성을 높인다는데 장점을 두고 차세대 치료제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해당 방식의 약물이 과연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에 실질적으로 효능이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과 인도 보건당국은 흡입형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했다. 중국의 칸시노바이로직스가 개발한 흡입형 코로나19 백신 ‘콘바데시아’는 1차 접종 이후 부스터샷으로 활용하며 기존 주사형의 5분의 1만 투약해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현재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 활발하게 접종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작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중증·중등증 환자 대상 흡입형 치료제 후보물질 ‘UI030’의 임상 2상을 승인받은 바 있다. 셀리버리는 신약 후보물질 ‘iCP-NI’을 활용한 흡입형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효능평가와 영장류 대상 독성시험 등을 진행 중이며, 지난달 13일 최대투여가능용량 무독성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진원생명과학은 만성축농증치료제 ‘GLS-1200’을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전환해 개발 중이며 스프레이형 감염방지제로 탄생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계도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 18일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직 교수팀은 항바이러스물질인 ‘인터페론 람다(IFN-λ)’가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고 폐렴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치료제로서 사용될 수 있도록 카이스트와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부에서도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크다. 정부는 올해 1억35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코로나19 등 신종 바이러스의 흡입형 항체치료제 제형 개발을 위한 항체 플랫폼 개발 용역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사업과 관련해 “신속한 흡입형 또는 점막형 항체 치료제 개발로 신변종 바이러스 감염병 재난으로 인한 경제 손실 감축 및 국가 비축 등 국가 감염병 정책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흡입형 코로나19 약물, 편의성은 인정…효능은 ‘글쎄’
흡입형(비강형) 약물은 먹거나 혈액을 통해 투약하는 방식이 아닌, 기체화된 약물을 코나 입에 분사하는 방식으로 약을 복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코를 통해 약물을 흡입하게 되면 항체가 호흡기 점막에 들러붙어 호흡기를 통해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걸러주게 된다. 특히 폐, 기도 점막으로 직접 전달해 보다 빠른 약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의석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일반적 호흡기 감염에 있어 흡입제는 적은 양을 가지고도 폐에 높은 농도로 약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폐와 기도에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전신 부작용이 적고, 약 대사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간과 신장에도 부담을 주지 않아 해당 장기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도 투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흡입형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로 달라붙는 호흡기 점막에 직접적으로 면역반응을 일으켜 백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고, 주사를 기피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 없이 투여가 가능해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사제나 경구제처럼 정확한 용량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느냐는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기체화 형식으로 약물을 전달할 때 소실되거나 환자가 제대로 들이마시지 못하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흡입형 약물 대다수가 임상 중이기 때문에 어떤 제품형태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용량을 정확하게 주입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환자가 스스로 투여하는 방식이라면 그냥 삼켜버리거나 제대로 숨을 쉬지 않을 경우 표준화된 용량을 복용할 수 없다”며 “또한 가습 방식은 약물이 주변 환경에 날릴 경우 주변 사람에게 독성이 낮아야 한다. 기도 점막에 영향을 주거나 가끔 기형을 일으키는 흡입형 약물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개발되는 흡입형 백신도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가 나와야 효과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흡입형 인플루엔자 백신도 상용화된 제품이 있지만 주사제에 비해 효과성이 떨어져 병원에서는 추천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흡입형 백신도 효과가 떨어진다면 실상 저개발 국가 외에 활용성을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특성상 시시각각 나타나는 변이로 인해 현재 임상 중인 흡입용 코로나19 치료제가 효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례로 셀트리온은 지난 6월 임상 3상 예정이던 코로나 흡입형 칵테일치료제 개발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의 전세계 확산 등 코로나바이러스의 풍토병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돼 사업 타당성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개발되고 있는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는 항체치료제로서, 타깃한 바이러스 외 변이가 발생하면 약물이 제대로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변이가 나타나는 특징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경구제나 주사제로도 효과를 뚜렷이 보기 힘들다. 점막에 뿌려 바이러스를 직접 끌어당겨야 하는 흡입제 경우, 효과를 보이려면 변이까지도 명확히 타깃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이 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흡입제는 보통 뿌릴 수 있는 장비가 별도로 필요한데, 단가가 비싸다. 흡입형 치료제라고 해서 가격 이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쓰기에는 비용 부담이 큰 약제”라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개발됐을 때 이점이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