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가득했다. 대한민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가나에 2대3으로 패했다. 후반 45분을 모두 쓰고 주어진 11분의 추가시간 동안 가나 골문을 두드렸으나 결국 열리지 않았다. 경기 중계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전반전 첫 번째 실점 당시 VAR 상황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이강인의 첫 어시스트와 K리그 득점왕 조규성의 활약에 열광했다. 마지막 코너킥을 주지 않고 경기를 마친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분노하기도 했다. 지상파 3사 중계진이 각 상황에서 한 말들을 쿠키뉴스가 정리했다.
“저게 핸들이 아니면 어떤 게 핸들이죠”
전반 23분 모하메드 살리수의 첫 번째 골 이후 주심이 비디오판독(VAR) 끝에 골을 인정하자 이승우 SBS 해설위원이 한 말. 프리킥 직후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이 가나 선수 팔에 맞고 골이 들어갔으나,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완벽하게 손에 맞는 게 보였을 텐데, 심판이 (이 장면을) 직접 봤으면 어땠을까”라고 하며 아쉬워했다. 반면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느린 화면으로 상황을 다시 본 후 “고의성이 없다”며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가장 최근 룰에선 골 넣은 본인의 우발적 핸드볼만 골이 취소된다”라며 골이 인정된 이유를 설명했다.
“왜 스페인 리그에서 주목받는지 확실히 보여주네요”
후반 12분 이강인이 교체 투입 1분 만에 조규성의 골을 어시스트하자 박지성 SBS 해설위원이 한 말. 추격의 불씨를 지피는 조규성의 첫 골도 인상적이었지만, 중계진은 이강인의 크로스에 주목했다. 경기 내내 가나를 상대로 낮고 빠른 크로스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이강인의 크로스를 보며 “빠르고 낮게. 이거죠”라고 칭찬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감동적이다”라며 “아주 정확하게 이어지는 크로스”라고 감탄했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이강인 선수를 아끼고 아꼈던 벤투 감독”이라며 “결정적인 순간 투입하자마자 이강인 선수가 바로 보답한다”라며 그동안 이강인이 활약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점을 언급했다.
“대한민국을 구해낸 골입니다”
후반 15분 첫 득점한 지 3분 만에 조규성이 동점골을 넣자 안정환 MBC 해설위원이 한 말. 전반전 2골을 내주며 패배의 그림자가 짙던 대한민국에 다시 희망을 불어넣은 골이었다. 3사 중계진은 모두 조규성의 골에 열광하며 올해 K리그 득점왕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김성주 MBC 캐스터는 “K리그 득점왕의 진가를 확인하고 계십니다”라고, 배성재 SBS 캐스터는 “이게 바로 K리그 득점왕”이라고 각각 조규성을 소개했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 역시 “K리그 득점왕이 카타르를 완전히 뒤집어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규성과 K리그에서 함께 뛴 구자철 KBS 해설위원은 “전 세계 팬들이 조규성 선수가 잘생긴 것만 아니라 이렇게 골도 잘 넣는다는 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AI도 아니고 사람이 이럴 수가 있습니까”
후반 추가 시간이 끝날 무렵 대한민국 코너킥 상황에서 앤서니 테일러 주심이 그대로 경기를 종료하자 안정환 MBC 해설위원이 한 말. 마지막 기회를 박탈당한 채 경기가 종료되자, 지상파 3사 중계진은 황당해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상대가 쓰러져 누워있던 시간이 몇 분인데 이걸(코너킥) 안 주냐”라며 “이렇게 승부가 걸린 결정적인 코너킥을 안 주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기회는 줬어야죠”라고 지적했다. 이승우 SBS 해설위원은 “아니 저걸 어떻게”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어 이 위원은 “코너킥을 안 주고 끝내는 경우는 처음 본다”라며 “받아들이기 힘든 판정”이라고 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물론 룰에 따르면, (추가 시간과 상관없이) 페널티킥은 계속 할 수 있지만, 코너킥과 스로인 상황에선 (경기 종료 휘슬을) 불 수도 있다”라면서도 “굳이 (추가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면 지금 (휘슬을) 부는 것은 실망스럽다. (항의 끝에 레드카드를 받은) 벤투 감독의 심정이 100% 이해가 간다”고 아쉬워했다.
“정말 축구라는 게 참 어렵습니다”
경기가 종료된 후 구자철 KBS 해설위원이 한 말. 지상파 중계진들은 마지막까지 공세를 펼쳤으나 동점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 다음 포르투갈과 경기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구 위원은 “선수들이 매 경기 자신들의 체력 100% 이상으로 뛰고 있다. 얼마나 회복을 잘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라며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 희망을 거두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가능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좋은 경기를 했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 집중력이 잠깐씩 부족했다”라고 패인을 짚은 후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잘 준비했다는 걸 두 경기를 통해 증명했다. 포르투갈이 강팀이지만 축구에서 언제든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좋은 경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아쉽게 패했지만, 아직 포르투갈 전이 있다”라며 “여기서 주저앉을 필요 없다. 오늘 0:2로 뒤지고 있다가 따라잡는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충분하다. 실망할 필요 없다”고 다독였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