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인기가 원작 웹소설로 이어지고 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6.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한 시청률이 방송 2주 만에 14.9%까지 치솟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2017~2018년 연재된 동명의 웹소설 원작은 약 2달 만에 매출이 230배(네이버웹툰) 늘었다. 드라마를 재밌게 본 시청자들이 원작에 관심을 보인 결과다. 6회까지 방송된 드라마 내용과 웹소설 원작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읽고 비교하며 정리했다.
윤현우 죽음이 미스터리?
드라마 : 1회에 등장하는 미래자산관리팀 윤현우(송중기) 팀장 사망사건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미스터리로 기능한다. 새로 발령받은 신경민(박진영) 대리가 어느 날 못 보던 대외비 장부를 발견한 장면이 시작이다. 윤현우는 장부를 통해 순양그룹 비자금 6억 달러가 페이퍼컴퍼니인 순양마이크로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성준(김남희) 부회장은 윤현우에게 직접 튀르키예로 가서 순양의 자산을 인출, 세탁해서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윤현우는 신경민 대리와 고용된 사람들에게 죽음을 당한다. 누구 지시인지 묻자, 신경민은 “이게(돈) 필요한 사람”이라고 답한다. 과거로 회귀한 윤현우는 순양가 모두를 의심하며 자신을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려고 한다.
웹소설 : 원작에선 미래전략기획본부 윤현우 실장을 누가 죽인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윤현우는 미래전략기획본부에서 13년 동안 일한 끝에 그룹에서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집사로 승진할 기회를 맞는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몰도바에서의 죽음. 지시한 이는 진양철의 장남인 진양기 회장이다. 윤현우의 죽음을 통해 해외 자금을 세탁하려는 계획이다. 검찰이 순양그룹 내사를 진행한다는 정보에 따라 해외 유출 자금 7억 달러를 윤현우가 인출하도록 부회장 진영기가 지시하는 내용은 거의 같다. 원작에선 신경민 대리라는 인물도 없고, 윤현우가 사망한 장소도 다르게 그려진다.
진도준이 진양철 회장 목숨을 구한다?
드라마 : 진양철(이성민) 회장의 막내 손자 진도준(김강훈)으로 회귀한 1987년부터 시청자들이 잘 아는 대한민국 역사 속 사건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진 회장의 눈에 들려고 하는 도준은 어느 후보에게 비자금을 줘야 하는지 돌려 묻자 노태우와 김영삼, 김대중 모두에게 줘야 한다고 답한다. 훗날 세 후보가 차례로 대통령이 되는 미래를 내다본 답변이다. 도준은 반도체 시장이 가격 경쟁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도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지 않으려면 새우 몸집을 키워야 한다며 영진반도체를 인수를 권한다. 반도체 산업이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에 가능한 답이다. 이밖에 KAL기 폭파 사건과,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한보사태, IMF 외환위기, 금 모으기 운동 등이 드라마에 등장한다.
웹소설 : 원작에선 드라마에 나오지 않은 역사 속 사건들이 등장한다. 원작에선 새로 들어선 정부에 로비를 해서 소련의 천연자원 확보, LNG 도시가스 사업을 시작하는 대목이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진 회장이 장손 진영기를 독일로 유학 보내는 내용도 나온다. 드라마에선 영진반도체를 인수하지만, 원작에선 대만 화학 회사를 앞세워 일본 반도체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사건으로 다뤄진다.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로 진 회장의 돈 1000억원이 도준의 미라클 인베스트먼트에 묶이는 상황도 발생한다. 도준이 진 회장에게 비자금을 줄 후보를 답하는 건 같지만, 원작에선 전두환 정권의 6·29 선언 이전에 일어난 일로 시기가 빠르다. 도준히 진 회장의 목숨을 구하는 KAL기 폭파 사건은 원작에선 등장하지 않는다.
해외 투자는 코다브라?
드라마 : 드라마에서 도준이 투자 기회로 삼는 건 분당 땅과 코다브라다. 2회에서 진 회장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고 목숨까지 구한 도준은 진 회장에게 돈 대신 분당 땅 5만평을 선물로 받는다. 성남시 분당 지구는 정부의 신도시 부지로 선정돼 도준은 100배 가까운 수익을 얻는다. 14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두 달러로 바꾼 도준은 뉴욕에 가서 이를 모두 인터넷 서점 코다브라 주식에 투자한다. 코다브라는 아마좀으로 이름을 바꾸고 나스닥에 상장되며 900% 수익률을 달성한다. 이후 도준은 이 돈을 아진자동차 인수를 위해 투자한다.
웹소설 : 원작에선 도준이 드라마보다 더 많은 곳에 투자하는 내용이 나온다. 신도시 개발을 예상하고 분당 땅 8만평을 진 회장에게 받아 140억 원의 큰 수익을 얻는 건 비슷하다. 40억 원은 아버지 진윤기에게 영화 제작사를 차려준다. 100억 원은 이후 도준은 미국 여행에서 창업주 마이클 델을 만나 상장 전인 델 컴퓨터에 거액을 투자한다. 남은 돈으로 윈도우 3.0이 나오기 이전인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에 투자한다. 델 컴퓨터로 약 100배 수익을 거둔 도준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전액을 인출한다. 그 돈으로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에 투자해 또 다시 3배 가까운 수익을 거둔다. 드라마에선 아버지 진윤기에게 영화 ‘나 홀로 집에’를 수입하라고 권하지만, 원작에선 직접 영화 제작에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두고 국내 배급권을 아버지에게 준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공부하는 동안엔 영화 ‘타이타닉’ 제작 투자 등 주로 흥행 영화에 투자하며 시간을 보낸다.
돌아가신 엄마를 만나는 윤현우?
드라마 : 드라마 속 도준은 윤현우의 가족을 많이 챙긴다. 과거로 회귀하자마자 찾아간 곳은 어린 시절 윤현우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작은 식당이다. 과거로 돌아왔기에 IMF 사태 때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설정이다. 도준이 모자를 눌러 쓰고 식당에 찾아가 윤현우일 때 즐겨먹던 김치국밥을 주문하기도 한다. 투자로 거액을 모은 이후엔, 식당 건물을 통째로 살 정도로 정성을 들인다. 도준이 어떻게 해서든 아진자동차를 인수해 고용 승계하려는 것 역시 부모님을 위해서다.
웹소설 : 원작에선 윤현우의 가족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일찍 사망했다는 설정도 없다. 맨 처음 몰도바에서 사망할 당시, 자신이 도망쳐서 살아도 아내와 가족이 위협당할 수 있다는 언급이 한 번 등장한다. 어린 시절 살던 곳도 자주 찾아갈 수 있는 서울이 아니라 충남 당진시다. 원작엔 어린 도준이 과외 선생님에게 요청해 당진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던 세탁소를 찾아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드라마에선 도준이 과거의 윤현우와 동생을 마주치지만, 원작에선 외동아들 윤현우 대신 외동딸 윤현지가 존재하는 설정이다. 원작 도준은 다시 돌아갈 윤현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좌절한다.
법대생 서민영과 진도준의 로맨스?
드라마 : 드라마는 서민영(신현빈) 검사와 윤현우 실장의 인연을 과거로 이어간다. 1회에서 서민영은 순양그룹의 비리를 드러내 무너뜨리려고 여러 번 시도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순양그룹을 지켜야 하는 윤현우에게 가장 위험한 적이다. 과거로 회귀한 이후 도준은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소식에 슬퍼하는 스무 살 서민영을 만난다. 이후 민영이 같은 과 동기라는 것을 알게 된 도준은 민영이 가진 기회가 온전히 그의 노력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후 도서관에서 마주치고, 서민영이 일하는 카페에 매일 방문하는 등 서서히 가까워진다.
웹소설 : 원작에서 서민영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작품 전체에 존재하는 도준의 유일한 로맨스 라인이 서울대 법대 동기인 서민영뿐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검사 서민영이 윤현우와 만나는 장면도, 대학생 서민영이 진도준과 인연을 맺는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민영이 어떤 인물인지 도준보다 큰 관심을 갖는 건 진양철 회장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