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 성과가 증가하고 있다. 제네릭 중심의 저성장 시장으로 평가됐던 국내 업계의 체질이 변화하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대웅제약이 2년 연속으로 신약을 완성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 대웅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향상을 돕는 신약 ‘엔블로’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엔블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국내 기업이 개발해 허가를 받은 36번째 사례로 ‘국산신약 36호’라는 수식을 얻었다.
지난해 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신약 ‘펙수클루’에 대한 품목허가도 획득했다. 펙수클루는 34번째 국산신약이다. 품목허가 당시 펙수클루의 적응증은 미란성식도염으로, 올해 위염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로 허가받았다. 대웅제약은 궤양 예방, 급성 출혈성 위염 등의 적응증도 추가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2년 연속으로 자체 개발 신약의 식약처 품목허가를 얻는 경우는 업계에서 이례적이다. 현재까지 국산신약 가운데 대웅제약이 개발한 제품은 엔블로, 펙수클루, ‘이지에프외용액’까지 총 3개다. 이지에프외용액은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로, 지난 2001년 2번째 국산신약으로 품목허가됐다.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 성과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한해 동안 품목허가된 국산신약은 총 4개, 펙수클루를 비롯해 유한양행의 항암제 ‘렉라자’, 셀트리온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치료제 ‘렉키로나’,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등이다. 2020년도와 2019년도에 품목허가된 국산신약이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변화다.
축적해 왔던 연구개발 자원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기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품목허가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20년 내외로 보고 있다. 투자를 시작한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기까지 시간적 간격이 크다는 의미다. 첫번째 국산신약인 SK케미칼의 위암치료제 ‘선플라주’가 품목허가된 시점은 지난 1999년으로, 햇수로 23년이 경과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전환기에 서 있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시장은 제네릭 품목을 중심으로 영업망이 기업의 경영실적을 좌우하는 환경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비교하면, 이윤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비율이 낮다는 지적도 꾸준했다. 앞으로는 연구개발 투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국내를 너머 해외시장을 목표로 삼는 전략이 보편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재천 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신약개발을 시작한 것이 약 36년 전인데, 그동안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하거나, 외부 투자를 받는 비율이 상당히 증가했다”며 “바이오 벤처기업, 대학, 연구소 등의 기관도 늘어 파이프라인 자체가 풍부해졌다”고 진단했다.
여 상근이사는 대웅제약의 성과에 대해 “대웅제약은 그동안 신약 연구개발 인력, 임상시험 및 인허가 관련 전문가 충원에 전폭적으로 투자했다”며 요인을 꼽았다. 이어 “한미약품과 같이 연구개발 투자에 ‘올인’하고 기술수출로 소위 ‘대박’을 쳤다고 평가되는 기업도 등장했고, LG화학은 최근 미국 현지의 바이오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며 향후 국산신약이 더욱 자주 배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