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자신을 꾸짖는 교사를 권총으로 쏴 중상을 입히는 일이 발생했다. 매해 몇 차례씩 이같은 사고와 비극이 반복될 때마다 총기 사용을 규제하자는 여론이 형성된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적인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쉽게 개정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7일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버지니아 항구도시 뉴포트뉴스의 리치넥 초등학교에서 6살 1학년생이 자신을 훈계하는 30대 교사를 권총으로 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스티브 드류 경찰서장은 “이번 총격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드류 서장은 총을 맞은 교사는 중상을 입어 한때 위중했으나 현재는 보다 안정된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총기사고가 해마다 끊이질 않는다. 미국은 계속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문화, 경제적인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치권에 대한 미국총기협회(NRA)의 지속적인 로비 때문이다. NRA는 남북전쟁 직후인 1871년 북군 장성들의 주도로 결성돼 151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회원 수는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10명의 대통령이 NRA 회원이었다. 다수의 부통령들과 대법관, 의원들도 회원이었을 정도로 미국 내에 막강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NRA의 2020년 한해 지출 예산은 2억5000만달러(약 3172억원)에 달했다. 미국 내 모든 총기 규제 옹호 단체를 합한 것보다 많다. NRA는 정치인 후원에 4백만 달러 정도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로비 금액은 훨씬 광범위하다는 게 정설이다. 정치 활동 전반에 5000만 달러 이상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드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 기간에 3000만 달러를 썼다는 보도도 있다.
특히 공화당을 지지하는 NRA는 정치인들을 줄 세우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 의회 의원들의 총기 권리에 대한 우호도를 평가해 A~F로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공화당의 전직 하원 의원은 지난 2013년 뉴욕타임즈에 “NRA에 가서 ;제가 현직에 있는 동안 NRA에 반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헌법조차도 총기 사용에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2조에 따르면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총기 사용 반대파에서는 서부 개척시대 때 만들어진 수정헌법 2조를 21세기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헌법 정신 훼손’이라는 대의에 밀리고 있다.
미국의 역사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후 영국의 식민지 건설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제임스 2세의 전제정치가 시작됐고 가톨릭의 부활을 목적으로 상비군을 의회의 승인 없이 모집됐다. 미국은 이 상비군이 국민의 자유를 위협하자 1688년 명예혁명으로 제임스 2세를 폐위하고, 이듬해인 1689년 ‘권리장전’ 제정으로 시민들은 법이 허용하는 내에서 무장할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이후 1775년 일어난 미국의 독립전쟁 때 민병대의 활약으로 이후 1791년 수정헌법 제2조가 탄생한다. 또한 초기의 미국은 워낙 땅이 넓었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해 자신을 보호 할 필요가 있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