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입구는 한약재, 과일, 고기 등 다양한 물건을 찾는 이들로 북적였다. 경동시장의 주 이용객은 중장년층이지만 최근엔 청년이 부쩍 늘었다. 새로 생긴 스타벅스 때문이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설립한 매장이다. 스타벅스와 경동시장상인회, 동반성장위원회 등이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1960년대 시장 안에 있었던 극장을 개조해 레트로풍의 대형 카페를 만들었다. 덕분에 경동시장에는 2030세대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김지현(26·여)씨는 이날 처음 경동시장을 찾았다. 김씨는 “평소에는 시장에 가지 않는다. 옛 극장을 개조한 스타벅스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일부로 와 본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다른 가게나 물건에도 관심이 생겨 시장 안을 둘러봤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를 찾은 청년들은 관심은 자연스럽게 경동시장 전체로 넓어졌다. 이날 커피를 마신 후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는 이현수(30)씨. 그는 “근처에 살지만, 시장 안으로 들어온 적은 별로 없었다”며 “재래시장은 항상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앞으로 자주 장도 보고 공간을 즐겨보려고 한다”고 했다.
청년들의 방문을 가장 반기는 건 경동시장 상인들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홍우열(28)씨는 “스타벅스 매장이 생긴 뒤 가게에 오는 손님이 늘었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주요 고객이 주변 상인들이었다면, 이제는 ‘경동시장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오는 젊은 손님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홍씨는 “작은 변화가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러한 변화는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중앙시장에도 생겼다. 청년들을 타깃으로 한 가게들이 시장 내에 들어서면서 이곳 분위기는 달라졌다. 시장 내 음식을 와인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가게나 카페, 소품숍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일 년 전부터 시장에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매장들이 생기면서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전통을 이어온 가게와 현대식 가게 간의 신선한 조화도 2030세대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했다. 정육점, 방앗간을 지나면 나오는 와인 판매점 등이 청년에게는 ‘힙’(hip·새롭고 개성 있는)을 느낄 장소가 된 것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시장을 방문한 윤민주(27·여)씨는 “최근 SNS에 서울중앙시장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는 것을 보고 이곳을 찾았다”면서 “친구들에게 추천도 하고 앞으로 더 자주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인회는 앞으로 화장실을 더 많이 개방하는 등 편의성을 고려해 청년들의 방문 요소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통적인 재래시장의 형태는 유지할 것을 분명히 했다. 젊은이들의 감성만을 쫓다간 오히려 전통시장의 매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슬기 쿠키청년기자 sookijj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