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아직도 전 그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이는 한 생존자의 말이다.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현장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는 생존자의 울분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눈물 때문에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으며 청문회는 침묵에 휩싸였다.
국회에서 12일 ‘이태원 참사’ 3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참석해 이들이 느낀 고통과 막막함을 증언했다. 유가족과 생존자의 증언은 현장 안내 부족과 정보 제공 불가, 심리 치료 미안내, 정보공개 누락 등이 꼽혔다.
이태원 참사에서 생존한 A씨는 청문회에서 국가의 태도와 시스템 문제를 비판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치료를 받았지만 ‘트라우마센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지금도 매번 원점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장관과 국무총리, 일부 국회의원의 말이 2차 가해로 다가왔다”며 “우려할만한 인파가 아니었다는 등의 말은 놀러 갔다가 사망했다는 말로 들렸다”고 비판했다.
A씨는 “개인적인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며 “처벌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이 사건이 벌어진 진상을 알고 싶다. 정부의 군중관리 실패”라고 말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결혼을 앞둔 약혼자를 잃은 B씨는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안되면 지연이야’라는 말을 듣고 너무나 힘들었다”며 “CPR을 수행해 약혼자가 구토했음에도 제세동기 사용 후 힘들다는 답변 후 소방대원이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빈 상가안에 약혼자가 있는데 약혼자 부모님이 들어갈 수 없게 막았다”며 “약혼자 옆을 두 시간 지키다 경찰에 의해 쫓겨났다. 대응책에 대해 묻자 아무도 대답한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유가족을 대상으로 진술서를 쓰라고 한 사실도 드러났다. B씨는 “장례를 위해 연고지로 가려는데 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며 “희생자의 사인과 부검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봐서 너무나 당황스러웠다”고 비판했다.
결국 B씨는 눈물을 쏟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159번째 희생자 소식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저 역시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며 “버텨낸 원동력은 약혼자 가족 덕이다 슬픔을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견뎠다”고 말했다.
아울러 “슬픔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유가족이 서로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그런 모임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이 또한 2차 가해”라고 호소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