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를 앞두고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올빼미 공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필요한 실정이다.
올빼미 공시는 기업에 부정적인 사실을 공휴일이나 연휴 직전일 장 마감 직전 또는 마감 후 공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휴를 앞둔 시점에는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경향성이 있는데, 이때 부정적인 사실을 공개해 주가 하락 폭을 일부 완화하려는 행태다.
주식시장에서 정규 거래시간은 오후 3시30분까지다. 하지만 기업들은 오후 6시 전까지 공시를 낼 수 있다. 만약 장 마감 후 부정적인 공시가 나왔다면 주주들은 속수무책이다. 투자자들이 이슈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올빼미 공시는 주주들을 기만하는 꼼수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특히 제약바이오주는 명절 연휴 직전 올빼미 공시 논란이 계속됐다. 제약·바이오·진단기기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3년간 팬데믹의 영향으로 변동 폭이 컸으며,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됐다. 투자자들이 부정적인 사안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컸던 만큼, 올빼미 공시를 한 기업들은 빈축을 샀다.
지난해 설에는 에스디바이오센서, 삼천당제약이 올빼미 공시로 비난을 받았다. 이들 기업은 연휴가 시작된 1월29일 토요일 하루 전인 28일 금요일에 부정적 공시를 올렸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소송 등의 제기·신청 사실을 지연공시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사실을 알렸다. 당시 회사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으로 벌점이 부과되고, 해당 벌점 부과일로부터 과거 1년 이내의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는 경우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 제47조제1항제12호에 의한 관리종목 지정기준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천당제약은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사실을 공시해 경영실적이 큰 폭 악화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 회사는 직전 사업연도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약 191억4200만원, 순이익은 약 131억9200만원 줄어 적자로 전환했다. 이 같은 악화의 원인으로 회사는 “바이오시밀러 관련 연구개발비용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와 “K-IFRS 금융자산 평가방법에 따라 평가손실을 인식함에 따른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감소”를 제시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연휴 직전인 9월8일 알테오젠이 자사에 불리한 ‘소송 등의 제기·신청’ 공시를 냈다. 알테오젠은 자회사 설립을 두고 주주들과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소액주주들 13명이 모여 법원에 알테오젠의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을 신청한 사실을 알리는 공시였다. 당시 회사는 “소송대리인을 통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2019년부터 올빼미 공시 근절을 위하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올빼미 공시를 하는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3일 이상 휴장하기 전 마지막 매매일의 정규장 마감 후 또는 연말 폐장일에 공시되는 사항은 올빼미 공시로 간주하고, 휴장일 직후 첫 번째 매매일 1일간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 팝업창으로 공지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설 올빼미 공시로 간주되는 대상일은 20일 정규장 종료 후이며,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25일 하루 동안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명단 공개는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2019년 이후로도 올빼미 공시는 해마다 문제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올빼미 공시를 하는 기업에 직접적인 페널티를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명단 공개는 너무 약한 조치이고 페널티 효과가 사실상 없는 수준”이라며 “불성실 공시 법인에 타격이 있는 직접적인 제재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기업들은 자사에 유리한 사실을 신속히 공시하고, 불리한 사실은 늦게 공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도 있다”며 “이는 공시가 주가에 늦게 반영돼 시장을 왜곡하는 현상을 부추기고, 투자자가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게 해 피해를 보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를 게을리하는 기업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시장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라며 “결코 자본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