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형은 어린이들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로봇 엔지니어 젬마(앨리슨 윌리암스)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놀 사람이 없어 외로운 아이와 친구도 되어주고 모르는 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알려준다. 부모가 일하거 혼자 있을 시간을 늘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가능한 일이 옳은 일인지, 아이에게 정말 좋은 일인지 영화 ‘메간’은 질문한다.
‘메간’(감독 제라드 존스톤)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녀 케이디(바이올렛 맥그로우)가 A.I. 로봇인 인형 메간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젬마는 장난감 회사 펑키에서 가성비 좋은 인형을 만드는 일에 지루함을 느낀다. 어느 날 조카 케이디를 돌보게 된 젬마는 새로운 인형 메간을 개발해 선물한다. 메간의 성공가능성을 발견한 장난감 회사는 대량 생산을 계획한다. 하지만 메간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악령이 깃든 인형을 소재로 한 영화 ‘사탄의 인형’이나 ‘애나벨’ 시리즈가 떠오르는 영화다. 그 영화들이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기반해 무서움을 줬다면, ‘메간’은 예상할 수 없는 A.I. 로봇의 발전으로 인한 공포를 전달한다. 겉으로 볼 땐 로봇이 다른 마음을 먹으면 인간에게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공포를 다룬다. 하지만 그 안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느끼는 죄책감이 공포에 녹아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이와 인형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그들 사이에 애착 관계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등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느끼는 부모나 보호자의 죄책감을 먹고 자란 공포가 되돌아오는 이야기다.
호러 명가라 불리는 제작사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작품이다. ‘해피 뉴 호러’라는 장르를 이름 붙인 것처럼, 심각하고 어둡지 않은 공포 영화다. 공포를 뒤에 몰래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면에 드러낸다. 무서운 장면마저 유쾌하게 보일 정도다. 메간이 누가 봐도 공포 영화 주인공 같은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순간부터 이미 웃음이 나온다. ‘메간’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은 폭주한 메간이 인간들을 괴롭히는 순간이 아니다. 메간의 영향으로 변해버린 케이디를 목격한 젬마가 느끼는 절망감이 공포다. 인형이나 로봇은 전원을 끌 수 있지만, 버림받은 아이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서늘한 교훈은 편하게 영화를 보던 어른들의 자세를 고쳐 앉게 한다.
‘쏘우’로 데뷔해 ‘컨저링’, ‘애나벨’ 시리즈와 ‘아쿠아맨’ 등을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이 각본을 맡았다. 제임스 완 감독은 “‘애나벨’과 ‘터미네이터’가 만난 킬러 인형을 만드는 것”이란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영화라고 밝혔다. ‘메간’은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을 제치고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은 영화다. 글로벌 흥행 수익 1억 2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제작비 1200만 달러의 10배를 벌었다. 이미 속편 제작이 확정됐고, 북미 개봉일까지 2025년 1월로 정해졌다.
지난 25일 국내 개봉해 상영 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