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는 게 익숙해져서 굳이 벗고 싶지 않아요.”
30일 오전 8시 KTX 용산역에서 만난 한 승객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며 계속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외출을 할 때마다 일상적으로 마스크를 써온 탓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다는 것이다. 그는 “할인 행사에서 대량으로 사놓은 마스크들이 다 떨어질 때까지는 계속 쓰고 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병원 △약국 △대중교통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변경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10월부터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 27개월 만이다. 이전까지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됐다. 30일부터는 마스크 착용이 개인의 선택에 맡겨졌다.
이날 출근길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전과 같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다. 오전 9시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열차나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에 탑승 중일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역사나 정류장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지하철 역사 내부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종료되는 장소와 유지되는 장소를 설명하는 내용의 안내문이 곳곳에 붙었다.
열차 내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순조롭게 준수됐다. 객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고객은 지하철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탑승하는 승객은 보이지 않았다. 혼잡도가 높은 출근 시간인 만큼, 열차 내부는 물론 역사에서도 마스크를 벗기 불편한 분위기다. 서울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한 승객은 “붐비는 와중에 (열차에) 탑승하고 하차할 때마다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기 귀찮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들이 드물게 보였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서울 중구 소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지난주까지 게시돼 있던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사라졌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식품류 매대의 시식코너에서는 불편함 없이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맛보는 분위기다. 섬유유연제와 세탁세제 등이 진열된 매대에서도 손님들은 마스크를 벗고 샘플 제품의 향기를 확인했다.
채소류 매대를 둘러보던 한 손님은 “날이 추워서 실내에 들어오면 안경에 김이 서리는데, 마스크 때문에 김이 빨리 사라지지 않아 불편했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으니 답답하지 않아 후련하다”고 말했다. 마트에 근무 중인 종업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식당의 분위기는 확연한 변화가 나타났다. 오전 11시 서울역사 내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적지 않은 손님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약 50명의 손님 가운데 절반가량이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는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핸드폰을 확인하거나, 일행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식당과 카페 등에서도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다. 손님들은 음식을 섭취할 때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다만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매장에 근무 중인 종업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마스크 착용 지침이 지켜졌다. 정오께 방문한 서울 용산구 소재의 한 병원, 로비에 보이는 방문객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8명가량의 환자와 보호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접수를 하거나 진료를 대기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필수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병원 출입구와 복도 등에 게시돼 있다.
의료기관, 요양원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여전히 유지된다. 병실을 함께 사용하는 환자들, 입소자들, 상주 간병인 등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외부에서 방문객이 오거나, 로비와 화장실 등 공용 공간을 쓸 때는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약국의 경우 당분간 혼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국은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되는 시설로, 마스크 착용이 자율화된 지하철 역사나 대형마트 내부에 자리한 약국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마스크 없이 마트에 입장할 수는 있지만, 마트 내 약국은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날 방문한 대형마트 내 약국에서 근무 중인 한 약사는 “아직까지 손님과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면서도 “마트에서 마스크 착용이 자율화되면서, 앞으로 마스크 없이 약국에 오는 분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기 껄끄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약국과 달리 역사나 마트에 있는 약국은 벽으로 분리된 독립적인 공간이 아니라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비말 차단을 위해 아크릴판을 설치하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조치였다”라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