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체들이 기존의 자동차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홈쇼핑, 오픈마켓, 소셜커머스에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판매 유통경로를 다양화하고 있다. 업체는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자동차 대리점과 판매사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인 폴스타와 테슬라가 100%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 공식 출범을 선언한 폴스타코리아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폴스타2는 지난 2월 출시하자마자 4000대가 사전계약됐다. 지난 7월까지 1347대로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 전기차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부분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벤츠는 온라인을 통해 신차와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BMW는 온라인으로만 구매 가능한 한정 에디션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최근 한국GM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차량 상태 확인과 원격 제어가 가능한 서비스 ‘온스타’를 연내 도입, 온라인 차량 판매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GM은 디지털 비즈니스팀도 신설했다.
뿐만 아니라 혼다도 올해부터 전 차종 온라인 판매를 실시한다. 혼다코리아는 판매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총 55억원을 투자했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열린 신년 미디어데이에서 "시승 예약부터 모든 구매 프로세스를 온라인에서 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며 "365일 24시간 '가격 정찰제'를 실시해 소비자가 어떤 매장을 가도 동일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온라인 판매가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으로 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직접 매장을 가지 않아도 차량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등장도 한몫 했다.
특히 MZ세대는 매장을 방문해 상품을 살펴보기 보다는 온라인으로 차량 정보를 찾고,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는데 익숙하다. 게다가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현실로 자동차 구석구석을 살펴보거나 심지어 주행까지 간접 체험할 수 있게 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한 김모(남·30세)는 "바쁜 현대사회에 매장을 직접 방문해 차량을 계약하기란 쉽지 않다"며 "인터넷에 이미 차량 정보가 나와있고, 간단하게 인터넷으로 차량 구매를 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노조 반대로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할 경우 기존 판매망 매출이 떨어진다는 노조의 우려 때문이다. 국산차는 현대차와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이 경차 모델이나 모회사로부터 수입한 차들에 한해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국내차 업계의 온라인 판매가 쉽지 않은 이유는 국내 완성차업체와 수입차업체들간의 가격정책 차이에서 비롯된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전국 어느 대리점에서도 같은 가격으로 차를 파는 ‘원 프라이스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업체가 매월 정하는 공식할인 이외에 추가 할인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제작자-판매자-소비자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판매방식에서 중간단계인 판매자를 생략하는 제작자-소비자로 바꾸기 위해서는 현행 가격정책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의 영업점과 영업사원들이 수익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반발"이라며 "영업점과 협의를 통해 점전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