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이태원 상가, 추모의 불빛 밝히는 시민들 [이태원 참사 100일]

불 꺼진 이태원 상가, 추모의 불빛 밝히는 시민들 [이태원 참사 100일]

기사승인 2023-02-03 06:00:09
2일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유동인구가 없어 적막함이 감돈다.  

“코로나 이후 상권이 살아나나 했는데....핼러윈 이후 시민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양말 장사를 하는 홍영란(68)씨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홍씨는 “핼러윈 이후 이태원에 손님은커녕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며 “매출이 잘 나오던 시절 하루 20만원을 기록했는데 요즘은 2만원은커녕 하루 매출이 2000원일 때도 허다하다. 힘들다”고 밝혔다.

2일 방문한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오후 12~1시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했다.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이태원 상권은 여전히 발길이 뚝 끊겼다. 오는 5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을 앞두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던 해밀턴 호텔 골목부터 세계음식문화거리는 문 연 상가를 찾기 힘들정도 였다. 저녁 장사를 진행해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지만 문 연 일부 식당가도 점심시간이 한창인데도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또 곳곳에는 문을 닫은 지 오래된 듯 방치가 돼있었으며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한 매장의 공사를 진행하던 인부는 “핼러윈 뒤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누가 이곳 찾겠느냐”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도 “핼러윈 이후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입 모았다.

실제 이날 이태원 골목을 찾은 시민들은 ‘추모’를 위해 찾았다. 전라남도 광양에서 왔다는 김모씨는 “아이와 함께 세 가족이 여행을 위해 서울에 온 김에 이태원을 방문했다”며 “참사 추모도 하고 아이에게도 상황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방문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막상 와보니 이전 추모공간도 사라지고 상가도 문을 많이 닫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골목을 배회하던 한 커플은 “충청남도 서산에서 추모를 위해 왔다”며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민들이 상권 이용이 아닌 추모를 위해 방문하며 거리는 침체됐다. 상권의 침체는 데이터로도 확인 가능했다. 시장분석정보 서비스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태원1동 호프, 맥주 판매 업소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5693만원을 기록했으나 참사 후인 11월 1362만원으로 전월 대비 76.1% 급감했다. 지난해 6월~9월 3개월에도 평균 매출액은 4000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해도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상가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한 달 사이 12개의 업소도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태원1동의 호프, 맥주 판매 업소는 지난해 10월 69개에서 11월 57개로 12개 업소가 문을 닫았다.

커피 전문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이태원1동 커피전문점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 규모는 601만원으로 전월(1313만원) 대비 54.2% 감소했다. 이태원1동의 커피전문점은 지난해 6월~9월 기준 평균 1000만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운영 중인 커피전문점은 지난해 10월 38개에서 34개로 소폭 감소했다.

이처럼 문 닫는 상가가 늘어나는 것은 ‘임대료 부담’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태원에서 한 상가를 운영하는 상인은 “이태원 메인 거리 상가 임대료는 월 평균 500~600만원이다. 2층 건물 등 큰 건물은 3000만원까지도 한다”며 “임대료는 이렇게 비싼데 매출이 안 나오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남은 상인들은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있다. 이태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시 영업을 재개하기 위해 상인들이 노력하고 있다”며 “할인 등 이벤트를 진행하며 상권 활기를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13~14일 20여명의 상인들은 이태원을 찾은 방문객 중 ‘아이 러브 이태원’ 포스터 사진을 찍어 오는 이들에게 30% 할인을 제공하는 행사하기도 했다.

이태원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홍모씨는 “참사가 일어난 것은 안타깝지만 이제 추모의 공간에서 나아가 이전 활기 있던 거리의 모습을 찾아가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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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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