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가 다가오며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맞춰 식품업체들은 치아가 불편한 고령인구가 섭취하기 좋게 만들어진 연화식 등 고령친화식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김영재 식품산업진흥원 이사장은 2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고령친화식품산업 심포지엄에서 “노인들의 식사 장애는 건강 및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식품분야는 초고령사회 대응에 매우 중요하다”며 “2021년부터 시작된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제도에 더욱 다양한 식품이 지정 받을 수 있도록 기업 지원을 지속 추진하고, 고령자 대상 맞춤형 식단관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령친화식품은 고령자의 섭취나 소화를 돕기 위해 물성·형태·성분 등을 조정해 제조·가공하고 고령자의 사용성을 높인 제품을 말한다.
지난 2021년 3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협업해 ‘고령친화식품산업 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고령친화식품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고령자의 배려요소를 반영해 사용성을 높인 고령친화식품 중 식품위생법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령친화우수식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정 제품들은 ‘포화증기법’ 등 신기술이 적용돼 틀니나 잇몸으로도 씹기 쉬운 연화반찬류, 비타민이나 칼슘 등 영양성분을 강화한 식사류, 목넘김을 부드럽게 해 고령자 사래 걸림 위험을 줄인 영양강화 음료류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됐다.
고령친화식품은 영양 뿐 아니라 고령자들의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식품진흥원이 경희대 연구팀과 고령친화식단 제공이 고령자의 영양 불균형 개선 및 만족도 향상 등을 연구한 결과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65세 이상 고령자를 선발해 고령친화식단 제공 후 고령자 건강상태를 분석한 결과 영양불균형, 혈당, 중성지방 및 빈혈 등이 개선됐다. 게다가 우울감, 소외감도 해소됐다.
사회·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고령친화식단 이용 시 6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비용 절감효과는 간접적으로 약 7068억원 이상인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를 수행한 임희숙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교수는 “고령친화식품은 더 부드럽고 소화가 쉽기 때문에 먹는 양이 늘어날 수 있다”며 “고령친화식품을 통해 얻게 된 고령자의 열량과 단백질의 섭취 수준은 일반적인 대조군과 비교해 높게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빈혈, 혈당, 염증, 콜레스테롤 수치 등도 개선됐다. 임 교수는 “고령친화식품이 치유식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영양 균형을 맞췄고 고령자에게 어떤 식생활 변화가 필요한지 병행 교육했기 때문에 이런 종합적 결과가 나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령자들이 여러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제품군 다양화에 힘써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임 교수는 “고령친화식품을 보면 여전히 열량, 비타민D, 비타민C, 칼슘 등의 권장 섭취량은 미달 수준”이라며 “이러한 부분은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고령친화식품군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며 이제 첫발을 뗀 단계지만, 향후 글로벌 시장 전망은 밝다. 임 교수에 따르면 50세 인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국내총생산(GDP) 영향 규모는 2020년 45조달러였는데, 2050년에는 118조달러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버경제 잠재력이 증명된 셈이다.
특히 식품업체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령소비자 목적에 따른 지출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생활의 변화로 ‘집에서 먹을 음식 구매’에 가장 많은 돈을 썼다고 54.5%가 응답했다.
산업계 역시 이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령친화우수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풀무원의 신희경 FI사업부 마케팅 팀장은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많아진다는 얘기”라며 “식품은 이에 따라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 고민해야 한다. 특히 제품 생산, 구매처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건 걸림돌이다. 신 팀장은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제품이 많은데 마케팅 측면에서 아쉽다.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팔리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아직까진 인지도가 없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기업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의 홍보도 필요하다고도 호소했다. 그는 “시장 논리보다는 사회 이슈 측면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며 “아직도 고령친화식품을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단순히 기업 혼자서 할 순 없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다각적으로 홍보해 알려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고령친화식품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제품 개발, 소비자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채널, 고령자 친화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제품 개발에 필요한 R&D 지원책, 채널확대 지원정책, 이미지 제고 등 정부 정책 차원의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