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가 다섯 번째 장에 들어선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감독 페이튼 리드, 이하 앤트맨3)를 통해서다. 제목이 암시하듯, ‘앤트맨3’는 양자 영역으로 빨려 들어간 스캇 랭(폴 리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작은 입자의 세계, 그 안에도 악당은 존재하고 전쟁 또한 빈번하다. 타노스(조슈 브롤린)를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 스캇 랭은 새로운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5년 만에 돌아온 앤트맨 솔로 무비는 마블의 위기를 타파할 구원 타자가 될 수 있을까.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14일 ‘앤트맨3’를 미리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당신 정말 앤트맨 맞아요?
‘앤트맨3’는 관객들이 앤트맨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하는 데 관심이 크지 않아 보인다. ‘앤트맨’ 시리즈 특유의 매력이 반감돼서다. 시작은 나름 경쾌하다. 전과자에서 어벤져스로 인생 역전한 스캇 랭의 내레이션이 유머러스하게 막을 연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얼빠진 말장난, 순식간에 몸집을 줄이고 늘리는 액션의 기발함, 개미와 인간의 아기자기한 호흡 등 마블 팬들이 사랑한 ‘앤트맨 DNA’가 흐릿해졌다. 스캇 랭 곁에서 신들린 입담으로 관객 혼을 빼놓던 루이스(마이클 페나)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물려받은 유산이라면 진한 가족애를 꼽을 수 있겠다. 청소년으로 훌쩍 자란 캐시 랭(캐서린 뉴튼)과 그를 향한 스캇 랭의 애틋한 부성애가 ‘앤트맨’ 시리즈의 가족 친화적인 색채를 이어간다.
마블은 앤트맨보다 새로운 악당 캉(조너선 메이저스)에 더욱 공을 들인 듯하다. 캉은 시간선을 쥐락펴락하며 멀티버스(다중 우주)를 제패해온 정복자로, “타노스보다 더 어마어마한 적수”라는 배우 폴 리드의 설명처럼 위협적인 존재다. 다만 관객이 새 빌런에 얼마나 매력을 느낄지는 미지수다. 캉의 태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시간선’ ‘변종’ 등 낯선 개념이 와르르 쏟아져서다. 캉을 연기한 배우 조나단 메이저스는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로키’에 ‘계속 존재하는 자’로도 등장했다. 앞으로 이어질 마블 페이즈 5를 이해하려면, 디즈니+ 오리지널 작품에도 빠삭해야 한다는 의미다. 팬들을 세계관에 깊이 몰입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복잡한 세계관에 지쳐 ‘멀티버스 그만!’을 외치는 목소리가 벌써 들린다.
아는 맛, 뻔한 맛, 복잡한 맛
‘앤트맨3’에는 익숙한 게 많다. 스캇 랭은 여전히 유쾌하고, 특유의 유머도 그대로다. 스캇 랭, 호프 반 다인의 호흡은 친숙하다. 훌쩍 자란 딸 캐시 랭의 등장은 새롭다. 생계형 도둑에서 영웅 어벤져스가 된 스캇 랭의 일상으로 시작하는 ‘앤트맨3’. 양자 영역이 새롭게 열리며 이야기는 한층 복잡해진다. ‘앤트맨3’의 주 무대는 양자역학 세계 속 시공간을 초월한 비밀우주다. 영화는 시간선 개념과 멀티버스(다중우주)가 어지러이 얽히면서 속도감을 잃는다. 설명할 것 투성이인 세계관 속에서 캐릭터의 매력과 서사는 희미해진다. 몸집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앤트맨, 와스프의 액션은 이번에도 볼 만하다. 하지만 설정상 곁가지가 많다 보니 액션 시퀀스의 재미가 오롯이 살지 않는다. 기승전결 구조는 기존 마블 영화를 충실히 답습한다. 평면적인 이야기가 주는 기시감, ‘앤트맨3’은 아는 맛과 뻔한 맛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인다.
MCU가 고집하는 멀티버스 세계관은 여전히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이미 다른 차원인 양자 영역을 다루면서 또 다른 우주와 세계, 악당을 소개한다. 새롭게 등장한 정복자 캉은 MCU 사상 가장 강력한 빌런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러 설정이 범람하다 보니 캉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앞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드라마 ‘로키’ 등 여타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한 것처럼, ‘앤트맨3’ 역시 외부 작품과 연결성을 가졌다. 영화를 보기 전 선행해야 할 작품이 있다는 건 일반 관객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 큰 세계를 꿈꾸는 마블 스튜디오의 야심에 대중성이 끼어들 자리는 없는 걸까. 마블 페이즈 5에는 무한한 확장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12세 관람가. 상영 시간 124분. 쿠키 영상 2개.
이은호 김예슬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