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에 퍼진 혐오, 누구를 저격했나 [쿠키청년기자단]

에브리타임에 퍼진 혐오, 누구를 저격했나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3-03-01 06:00:05
대학 강의실에서 한 대학생이 에브리타임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손다인 쿠키청년기자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인 에브리타임이 도 넘은 혐오 표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에브리타임은 시간표 작성, 강의 평가, 정보 공유를 핵심 기능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대학생들이 익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대학생 수는 약 311만 명, 에브리타임 월간 실사용자 수는 300만 명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에브리타임 게시물. 에브리타임 캡처

서울대저널이 2021년 11월 서울대 학부생과 대학원생 11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에브리타임 이용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83.5%가 불쾌감을 느꼈다. ‘혐오 표현(75.6%)’, ‘남녀 갈등 조장(62.1%)’, ‘막말, 비방(58.5%)’ 등이 이유였다.

에브리타임 내 혐오 표현 심각성은 어느 정도일까.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소재 한 대학 에브리타임의 게시물과 댓글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해봤다. 먼저 핫게시판을 살펴봤다. 핫게시판은 좋아요 수 10개 이상을 받은 게시물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곳이다.


지난 달 1월18일 오전 3시를 기준으로 게시물 100개를 크롤링(웹페이지의 데이터를 추출하는 프로그래밍), 총 1만4277문장을 분석에 활용했다. 분석에는 딥러닝(여러 층의 인공 신경망으로 데이터를 학습하는 인공지능 분야) 기반 혐오 표현 탐지 모델인 헤이트스코어(HateScore)를 사용했다. 헤이트스코어 모델의 정확도는 92%이다. 핫게시판 게시물과 댓글 중 혐오 표현 비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다.

가장 많은 건 단순 악플 비율이었다. 단순 악플은 욕설이 쓰인 문장이다. 두 번째로 많은 것은 여성이나 가족을 향한 혐오였다. ‘꼴페미’, ‘페미충’ 같이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표현이 많았다. 여성·가족 혐오 표현 비율은 3.6%로 0.9%인 남성 혐오 표현에 비해 3.86배 많았다.

다음으로 많은 건 기타 혐오다. 여기에는 외모에 대한 조롱, 특정 직업군에 대한 비하, 장애 희화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인종·국적 혐오 표현과 남성 혐오 표현이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를 살펴봤다. 여성·가족 혐오 표현에서 가장 빈번했던 단어는 ‘페미’였다. 페미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물과 댓글의 혐오 표현 비율을 추가 분석했다. 같은 날 오전 4시를 기준으로 게시물 100개를 크롤링해 총 1만6400문장을 활용했다. 역시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다. 여성·가족 혐오 표현과 단순 악플을 합치면 18.4%를 차지했다. 문장 5개 중 1개는 페미니즘과 여성을 향한 혐오 표현이었다.

’페미’ 검색 후 나온 게시물과 댓글 워드 클라우드.   그래픽=손다인 쿠키청년기자

페미니즘을 둘러싸고 어떤 단어가 많이 언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워드 클라우드(문서의 키워드, 개념 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핵심 단어를 시각화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단어 크기가 클수록 많이 언급되는 단어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단어는 ‘문제’, ‘군대’, ‘윤석열’이다. 페미니즘 혹은 페미니스트를 향한 문제의식, 남자만 가는 군대에 대한 이야기, 윤석열을 비롯한 정치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다음으로 ‘에타’, ‘다른’, ‘소리’, ‘이해’, ‘정치’, ‘정책’, ‘지지’, ‘민주당’, ‘이재명’ 등의 단어도 있다. ‘혐오’, ‘차별’, ‘페미니스트’, ‘남녀’, ‘커뮤’, ‘현실’ 등 페미니즘, 남녀 갈등, 커뮤니티와 혐오와 관련된 단어 또한 자주 언급됐다.

사용자는 커뮤니티 내 혐오 표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정모(24)씨는 “에브리타임을 보면 한국 사회에 혐오가 만연해 있는 걸 느낄 수 있다”라며 “혐오성 글이나 댓글을 보면 기분이 안 좋아져서 에브리타임을 점점 덜 이용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또 다른 대학생 박모(24)씨는 “혐오 표현을 접하고 대응하다 보면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면서 “예전에는 잘못을 지적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피곤해서 그냥 안 보게 된다”고 말했다.

손다인 쿠키청년기자 sea000415@gmail.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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