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갑자기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매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WP·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금융당국은 SVB 자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예금자 보호조치를 논의 중이다.
SVB는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의 은행으로 스타트업의 유동성 공급을 지원해 온 은행이다. 지난 8일 그레그 베커 SVB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 손실을 메우기 위해 22억5000달러 규모의 증자 계획을 전했다. 이에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은 앞다퉈 예금을 인출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사태로 자금난에 빠진 SVB는 이틀 만인 10일 파산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러한 파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긴급 대응에 나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연방정부가 예금보호 대상이 아닌 모든 SVB 예금을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재무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번 주말 이러한 방안을 논의했다.
CNBC도 미 금융당국이 SVB 파산 여파에 대응하기 위한 투트랙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예금보험법을 활용해 SVB 무보험 예금자에게 보호책을 만드는 것이 그 중 하나다. 또 다른 방안은 SVB와 관련한 직접 거래로 연쇄부도를 일으킬 수 있는 금융사를 지원하는 특설기구를 만드는 조치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다른 은행이 SVB를 인수하는 기업이 나타나는 것이다. FDIC는 전날부터 SVB 매각을 위한 경매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미 정부는 SVB에 대한 구제금융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CBS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SVB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구제금융은 테이블에 없다고 선 그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대규모 구제금융에 나섰던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는 다신 그렇게 하지 않을 것.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정말 안전하고 자본화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예금자들을 걱정하고 있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