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이 바이오의약품 투자에 집중한다. 코로나19 치료제 생산 중단 이후 바이오의약품이 다시금 매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셀트리온제약은 20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간 매출액 3860억원, 영업이익 38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3.2%, 20.1% 감소한 수치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의 판매 중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렉키로나주는 2021년 9월 품목허가를 받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코로나19 신약인 만큼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개발 당시 렉키로나주는 감염 유행을 주도하던 ‘델타’ 바이러스에만 효과를 보였다. 2022년 초 주요 변이주로 확산했던 ‘오미크론’ 바이러스에는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정부가 지난해 2월 렉키로나주 국내 도입 중단을 발표했고, 출시한 지 1년이 되지 않아 신규 공급도 멈췄다. 이후 개발 중이던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또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중지됐다. 지난해 1분기부터 렉키로나주 관련 실적은 ‘0’에 그쳤다.
반면 올해 매출 계획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 코로나19 관련 품목 개발에 집중하느라 다소 등한시했던 바이오의약품 품목에서 꾸준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코로나19 품목을 제외하면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2.3%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품목 매출이 전년 대비 21% 증가하며 재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등의 매출 합계가 약 620억원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주력 제품인 피하주사 제형 램시마SC의 덕이 컸다. 기존 정맥주사 제형인 램시마IV를 쓰던 환자 중 셀트리온 제품인 램시마SC를 찾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2배 이상 매출액이 늘어났다.
지난해 램시마와 허쥬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각각 33%, 31%를 찍었다. 트룩시마도 25%까지 점유율을 늘리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규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와 전이성 직결장암 치료제 ‘베그젤마’도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하면서 매출 성장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측된다.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지난해 2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3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722억원, 2289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9.3%, 14.8%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램시마SC 매출은 전년 대비 160% 이상 크게 오른 2369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이끈 주요 제품으로 꼽혔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2013년 3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 10년간 램시마SC의 글로벌 누적 처방액은 11조9267억원,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12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글로벌 누적 매출액이 5조1631억원에 이른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이 같은 매출 기록은 국내 바이오기업이 개발해 판매 중인 의약품 가운데 처음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시장 선점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으로 새로운 플랫폼 기술과 항체기반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해 신약 개발 회사의 면모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이어 “항체약물접합체, 이중항체 등 분야에서 기술 투자를 지속하고 기술 도입 계약 규모를 확대해 신약 개발을 가속화할 예정”이라며 “항암바이러스, 마이크로바이옴, 경구형 항체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국내외 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자체 개발과 연구를 통해 파이프라인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약물 ‘악템라’와 26조원 가치의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도전한다. 악템라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치료제다. 키트루다는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로 오는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최근 셀트리온은 국내 신약 개발 회사인 지뉴브와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바이오의약품의 해외진출 루트를 확대하는 일도 병행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올해 램시마SC의 중남미 진출을 시작으로 2024년 미국 진출을 계획 중이다. 유플라이마의 미국 시장 진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올해 4~5개 제품의 허가 신청과 2개 신규 파이프라인 임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R&D 역량 강화를 위해 연간 매출액 대비 20% 내외의 연구 개발비가 투자되고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