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국책은행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행정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도 되기 전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와 부산시에 ‘산업은행 이전기관 지정(안)’에 대한 의견조회 공문을 지난 4일 보냈다. 기한은 오는 12일까지다.
앞서 지난달 27일 산은은 ‘산은 이전 공공기관 지정방안 검토’ 보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금융위는 산은으로부터 받은 지방 이전기관 지정안을 3일 국토부에 넘겼다. 유관기관 의견조회가 끝나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산은 지방 이전 지정(안)을 심의·의결한 뒤 국토부 장관이 지방 이전 계획의 승인·고시를 진행하게 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강조했다. 원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융위와 산은 이전 협의가 잘되고 있냐’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잘 돼고 있다”면서 “저희한테 오는 즉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넘기고 거기에서 넘어오게 되면 바로 지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차 “저희(국토교통부)로 인해 단 하루라도 지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 중 하나다. 금융위는 지난 1월 말 업무보고에서 올해 연말까지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위한 지방이전 계획안 승인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은법 개정이 선행돼야 함에도 정부가 국회를 패싱하고 명분도 없이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목소리다.
산은 노조는 산은이 기업대출, PF대출, 벤처투자 등 대규모‧고위험 자금을 지원하고, 국내외 금융기관,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다수 민간기관과 정부 부처와 수시로 소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 이전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집적효과가 중요한 금융산업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고도 비판한다.
노사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 27일 출근길 저지 운동을 벌이는 노조를 피해 은행 외부 모처에서 경영협의회를 열고 이전기관 지정 의견 금융위 제출을 의결했다. 노조는 즉각 “날치기 통과”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해 6월부터 본점 로비, 국민의힘 당사, 정부서울청사 등에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반대 아침 집회’를 열고 있다.
산은법 개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14명은 ‘한국산업은행 이전의 정상적 절차 준수 권고 결의안(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에는 산은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한 산은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부산행을 추진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이전을 위한 적법한 절차와 타당성 검증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김희곤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부산 지역 여당 의원들은 같은날 산은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맞불’을 놨다.
윤석열 정부가 총선을 노리고 공공기관 본점 이전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산은 이전은 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나, 윤석열 정부는 법 개정전에 실무절차라며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고 무리하게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산은 이전을 두고 내년 총선을 겨냥해 정치적 행보를 하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