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자녀 계좌 개설 허용에 “편하긴 한데…”

비대면 자녀 계좌 개설 허용에 “편하긴 한데…”

이르면 이달부터 은행·증권사서 개설 가능
부모 신분증·가족관계증명서 등 확인
청소년 대상 금융사기 기승…부작용 우려도

기사승인 2023-04-11 06:01:05
금융위원회
미성년자 명의 계좌를 법정대리인이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게 된다. 편리성이 증대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악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부터 미성년 자녀를 둔 법정대리인(부모)가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녀 명의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 등의 이행을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부모가 법정대리인 자격으로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비대면으로 미성년 자녀의 계좌를 대신 개설할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는 본인 명의 계좌는 비대면으로 개설이 가능하지만, 자녀 명의 계좌는 대면 개설이 원칙이었다.

금융회사는 부모의 신분증, 부모 및 미성년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통해 부모의 신원과 권한, 자녀의 실지명의를 직접 확인한 후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 신청 후 실제 계좌가 개설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1~2 영업일이다.

서비스 구체적인 도입 일정 등은 금융회사마다 다르다.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이 이르면 이달 혹은 다음 달 중 출시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하반기 중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비대면으로 자녀 명의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서 학부모 사이에서는 환영하는 의견이 높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이모(42·여)씨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은행 영업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그동안 자녀 명의 통장 개설할 때 제약이 많았다”면서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게 되면 편의성이 증대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소년의 금융 이해도가 낮은데 자칫 금융사기에 더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등학생 경제이해력 조사를 보면, 초중고등학생의 점수 평균은 100점 만점에 60점 수준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65점으로 평균 점수가 가장 높았다. 중학생 58.25점, 고등학생 56.71점 순이었다. 

최근 청소년 사이 내구제대출, 대리입금 문제도 심각하다. 대리입금은 SNS를 통해 연예인 기획상품이나 게임 아이템을 사고 싶어하는 청소년을 유인해 10만원 안팎의 소액을 빌려주는 신종 금융사기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연이자 1000%에 달하는 막대한 이자를 요구하기도 한다. 내구제대출은 ‘나를 구제하는 대출’의 줄임말로 휴대전화 등을 할부로 사서 대부업자에게 넘기고 수수료를 제한 현금을 받는 행위를 말한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박수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은 “금융상품 개설을 편리성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 비대면 계좌 개설 허용에 따른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가 심각하다. 미성년자에 대한 금융 교육이 먼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통장개설 과정을 까다롭게 한 것은 무분별한 개설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혁신이 정말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인지 금융회사 요구때문인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비대면으로 부모인 척 하고 미성년자가 통장을 개설할 위험이 있다”면서 “그렇게 개설한 통장을 통해 학교폭력에 악용이 되는 등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 확인 절차가 세심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동안 금융위는 비대면 방식의 실명확인 대상을 조금씩 늘려왔다. 지난 2015년 12월 금융위는 비대면 방식의 실명확인을 허용하되, 금융사고 방지 등을 위해 ‘명의인 본인’만 이용하도록 대상을 제한했다. 그 후 2019년 12월 금융위는 법인의 대표자가 아닌 임직원 등도 법인을 대리해 비대면으로 법인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허용했다. 또 “최근 자연인에 대해서도 대리인이 비대면으로 본인 명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금융위는 “유관기관과 함께 비대면 금융거래에 대한 보안성 검증 등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