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물대포 시위 진압으로 사망한 고 백남기씨 사건으로 기소된 구은수(65) 전 서울경찰청장이 8년 만에 유죄를 확정받았다.
13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백남기씨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살수차가 직사한 물대포에 머리 등 가슴 윗부분을 맞은 뒤 쓰러졌다. 이후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에서 치료받다 다음해 9월 사망했다.
구 전 청장은 이 사건 경찰 책임자로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구 전 청장에겐 현장 지휘관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상 주의 의무만 있어 살수의 구체적 양상까지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서 유죄로 판단이 뒤집혔다. 경찰 인력·장비 운용과 안전 관리 총괄 책임자로서 사전에 경찰이나 참가자 중에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은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지휘권을 행사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 이어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법·폭력행위를 한 시위 참가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듯이, 경찰이 쓴 수단이 적절한 수준을 초과한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했다. 구 전 청장과 함께 기소된 신윤균(56) 당시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현 인천 연수경찰서장)은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살수 요원이던 한모 경장과 최모 경장도 상고를 포기해 각각 1000만원과 7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