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흔들리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결국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다는 소식에 약보합 마감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6.46p(0.14%) 하락한 3만4051.7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61p(0.04%) 밀린 4167.87, 나스닥지수는 13.99p(0.11%) 하락한 1만2212.60으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이번주 5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세 번째로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사태 등을 주시했다.
미 캘리포니아 금융보호혁신부(DFPI)는 이날 새벽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폐쇄하고 미 연방계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새 주인으로는 JP모건이 낙점됐다. 퍼스트리퍼블릭의 파산은 앞서 리먼브라더스 등 투자은행을 제외하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무너진 워싱턴 뮤추얼에 이어 미 역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또 다른 작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것으로 거의 모든 것은 해결됐다”며 “은행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며, 이는 좋은 일”이라고 했다.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인수로 시장점유율을 더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주가는 2.14% 올랐다.
퍼스트리퍼블릭이 JP모건에 인수되면서 은행 문제가 일단락됐지만 사실상 파산한 것이어서 지방은행발 위기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이날 증시에서 자이언스뱅코프(-3.73%) 팩웨스트(-10.64%) 퍼스트호라이즌(-0.17%) 등 다른 지방은행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SPDR S&P지역은행 ETF는 2.7% 밀렸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제조업 지표는 이전보다 개선됐다.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1로 전월의 46.3에서 올랐다. 다만 6개월 연속 50을 밑돌아 제조업 경기가 위축세임을 시사했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 PMI는 50.2로 6개월 만에 50을 넘어섰다.
3일 나오는 FOMC 정례회의 결과를 앞두고 연준이 당분간 긴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5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을 가능성은 94.2%다. 동결 가능성은 5.8%다.
종목별로 보면 S&P500지수 내 에너지, 임의소비재, 부동산, 금융 관련주가 하락했다. 반도체기업인 온세미컨덕터 주가는 분기 수익과 매출이 예상을 웃돌았다는 소식에 8.85% 상승했다. 노르웨이 크루즈 라인 주가도 호실적에 힘입어 8.91% 뛰었다. 투자자들은 이번주 나오는 빅테크 실적도 주시하고 있다. 2일에는 AMD, 3일 퀄컴, 4일은 애플이 실적을 발표한다. 최근 주요 빅테크 실적이 예상보다 높았는데 애플 등이 호실적을 내놓는다면 투자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퍼스트리퍼블릭 등의 은행 위기 불씨가 JP모건의 인수로 인해 일단 진정됐지만 지방은행발 위기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인프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실적시즌이 지난 후 5월이나 6월에는 지방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공매도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연준이 장단기 금리를 역전시켜 금융시스템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어 공격받는 은행은 다시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걸스&스나이더의 팀 그리스키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도 “이번이 마지막 은행 위기이길 바라지만 언젠가는 다른 문제가 표면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