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단계 하향 수순… 국내 의료기기 시장 들썩

코로나 위기단계 하향 수순… 국내 의료기기 시장 들썩

기사승인 2023-05-10 13:00:02
쿠키뉴스 자료사진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국제보건 비상사태 해제 선언에 전 세계적으로 엔데믹 종이 울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논의가 본격화 된 가운데, 그 동안 코로나19 유행으로 수혜를 받았던 의료기기 업계가 들썩이며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체외진단기기 업계, 매출·인력 감소 불가피… 新먹거리 모색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양질의 진단 제품을 발 빠르게 공급했던 진단업계 덕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상반기 의료기기 수출액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그 중에서도 각 국으로 실어 나른 진단용 방역물품은 수출 품목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호황도 잠시,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와 방역체계 완화로 수출 규모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2022년 의료기기 수출액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기업들의 매출도 여지없이 하락했다. 

진단키트 업계 중에서도 최고 실적을 달린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2019년 730억원이던 매출을 2021년 2조93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하더니, 2022년 통틀어서는 2조9284억원을 찍어 2021년 대비 소폭 떨어진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씨젠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8534억원, 영업이익 195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7%, 70.6% 하락했다. 인력도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공개된 씨젠의 2022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총 직원이 1141명이지만, 같은 해 연간사업보고서에는 1016명으로 기재됐다. 주로 연구직, 생산직에서 이탈이 발생했다. 씨젠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품목 비중이 떨어지면서 매출 저하가 일어났다”라면서도 “인력 감소는 특별한 이유가 아닌 자연스러운 감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수혜 기업 중 하나인 휴마시스의 매출액은 2020년 457억원에서 2021년 3218억원을 기록했다. 휴마시스 역시 엔데믹과 함께 지난해 3분기 91억원의 영업익 적자를 보였고, 4분기에는 492억원 손실까지 냈다. 2022년 반기보고서상 301명이던 직원 수도 연간보고서 결과에서는 255명으로 46명이 빠졌다.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한 내부 구조조정이 이어졌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수혜 기업’이라는 이름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들이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다. 주로 감염병 동시진단키트나 암 분야 진단기기 등으로 품목을 넓혀가는 추세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동시진단키트, 신속 분자진단 장비 등 신제품의 매출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씨젠도 소화기감염증(GI),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매개감염증(STI) 등 비코로나 진단시약의 판매율을 높이면서 유전자증폭검사 상용화를 목표로 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도 종료 임박… ‘재진 중심’ 시행에 커지는 업계 우려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도 방역 위기단계 하향에 따라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비대면진료는 국민들 사이에서 긍정적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아 법제화 문턱까지 갔다. 하지만 이해당사자 간 대립으로 국회 합의를 얻지 못한 채 시범사업으로 남겨질 운명에 처했다. 

기존 시범사업 때와 같이 초진환자를 포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대상 범위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고집하면서도 지난달 보건복지위원회 서면질의 답변에는 재진환자 위주로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팬데믹 동안 우후죽순 불어난 비대면 플랫폼 업체만해도 30여곳이 된다. 이들 대부분은 초진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재진환자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된다면 플랫폼 사용자 감소와 그로 인한 업계 간 경쟁 심화는 피할 수 없다. 특히 성형, 미용 같은 선택비급여 항목에서 수익모델을 찾는 기업에서는 기대 매출이 낮아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선택권도 보장되지 못하는 것”이라며 “한시적 허용 기간 동안 비대면진료에 참여가 높았던 것은 의료진과 국민, 그리고 이를 연결했던 산업계가 제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시범사업 준비 과정에서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많은 이용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치료기기, 웨어러블(이동형) 생체징후 측정·진단기기, 의료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기기가 비대면진료와 연관돼 있다. 비대면진료가 허용된다면 이들 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지만, 시범사업에 그친다면 국내에서는 활용이 제한돼 해외로 나가야하는 실정이다. 

디지털치료기기 기업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디지털치료기기 활용 관점에서도 미래가 불투명한 시범사업으로 유지되기보다는 하루 빨리 법제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가 특수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도 의료의 질을 개선하고 의료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한다는 점이 입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