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30세대 간호사들 80% 이상이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근무와 제대로 된 식사 시간도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는 12일 국제간호사의날을 맞아 간호사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조사는 역대 최대 규모인 4만8321명이 조사에 응답했다.
먼저 조사대상 간호사들의 인적 속성을 보면 여성은 2만9351명(93.3%), 남성은 2114명(6.7%)이다. 연령대로는 20~30대가 2만5942명으로 82.4%의 높은 비율을 보였다. 1~5년차를 저숙련, 6~10년차를 중숙련, 11년차 이상을 고숙련으로 보았을 때 1~5년차가 35.7%, 6~10년차가 28.8%로 저숙련과 중숙련 간호사 비중이 64.5%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우리나라 간호사는 중숙련 비율이 유독 적다. 선진국의 경우 간호사가 정년까지 근무하고 은퇴하는 것이 당연한 데 비해, 한국의 경우 정년을 채우는 간호사가 매우 드물다. 그 만큼 간호사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사 결과, 간호사들은 장시간 근무를 하거나 식사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 연장근무 경험 조사에서 32%의 간호사가 45분~1시간30분의 연장근무를 하고 있으며, 1시간30분을 넘겨 장시간 연장근무하는 비율도 10.3%로 나왔다. 42.5% 정도가 법정근로기준인 주 40시간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 평균 1회와 2회 식사를 거르는 간호사는 1시간 이상의 연장근무 경험이 각 16.4%, 18.5%였다. 3회 거르는 간호사는 25.8%, 4회는 35%, 5회 이상은 45.1%가 장시간 연장근무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연차휴가 사용도 자유롭지 못했다. 자유롭게 사용한 경우와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각 42.7%, 57.3%로, 모든 직군 중에서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환경은 이직 고려 비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3개월 간 이직을 고려해 보았다’는 간호사의 응답은 74.1%에 달했다. 이 중 ‘구체적으로 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간호사는 24.1%였다. 특히 중숙련, 고숙련으로 진입하기 전인 4~5년차 간호사의 이직 고려 비율이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간호업무를 함께 맡고 있는 간호조무직의 경우에도 이직을 고려한 비율은 52.1%로 절반 이상이었다. 이직 고려 비율의 원인으로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낮은 임금이 꼽혔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의료기관들은 외형적으로 화려한 양적 성장을 이뤄왔지만, 내부 소프트웨어 격인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환경은 그만큼 개선되거나 발전하지 못했다. 저출생·초고령화 시대에서 현 의료기관들이 더 이상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드러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인력 문제 해결 대안으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실현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교대제 개선, 노동시간 단축 등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것이 국제간호사의 날 대한민국 50만 간호사들의 소박하지만 절박한 외침”이라고 피력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