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전주시와 완주군 통합에 도민과 시민, 군민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완주군이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완주·전주상생발전협의회 등에 따르면 전주시는 완주군과 통합을 위해 ‘2022~2023 전주·완주 상생협력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전북도청에서 김관영 도지사와 유희태 완주군수와 함께 전주·완주 상생협력사업에 힘을 모아왔다. 김관영 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해 선거에서 전주·완주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희태 군수는 전주완주 통합에 대해 '군민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고, 지난해 말부터 전북도와 전주시가 추진하는 상생협력사업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완주군이 겉으로는 전주시와 상생협력사업을 이어가면서도, 군청 내부에서는 ‘전주·완주 통합’이 금기어라는 말도 나온다. 또, 완주·전주 통합을 추진하는 단체는 완주군으로부터 방해를 받고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무르익는 통합 분위기
최근 전주시민은 물론, 완주군민들 대다수도 오랜 숙원인 전주·완주 통합이 이번에는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선7기 김승수 전 전주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특례시는 수포로 돌아갔고, 완주군 농촌 살림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타지역 시·군의 통합 성공사례처럼 전주·완주 통합이 이뤄져야만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전북도 인구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전주시가 완주군에 둘러싸여 발전이 막히고 있고, 완주군 역시 넓은 땅에 비해 인구수는 적어 규모가 큰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양 시·군의 통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데 도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완주·전주상생발전협 관계자는 “전주·완주 통합은 시대의 흐름으로, 특정인들이 막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전주시민과 완주군민들의 행정구역 통합을 바라는 여론에도 전주시 역시 전주·완주 통합 추진에 조심스럽다.
앞서 지난 2013년 전주·완주 통합은 완성되기 직전까지 갔다가, 특정 국회의원이 본인의 재당선을 목적으로 통합에 반대하면서 전주·완주 통합은 물거품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전주·완주 통합 추진 막바지에 해당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가 쪼개지는 걸 막기 위해 완주군민을 대상으로 ‘통합 반대’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하면서 찬반투표 분위기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전주시는 완주군과 상생협력사업을 지속하면서 전주와 완주의 큰 갈등 없는 통합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완주군에도 도움 되는 상생협력사업
전주시의 상생협력 정책은 완주군민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추진되는 상생협력사업을 보면 △수소경제 중심도시 도약 △완주·전주 상관저수지 힐링공원 사업 △전주·완주 경계 공덕세천 정비사업 △공공급식 분야 우선 교차 공급사업 △전주풍남학사 입사생 자격 완주군민 확대 △상호 도서관 이용 △수소버스 적극 도입 △완주·전주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 △전주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시설 개선 △F투어 연계사업 △자전거 도로 확충 등 완주군에 우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양 시·군 실무자들끼리 관련 사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완주군민들 역시 점차 상생협력사업의 효과를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평도 받고 있다.
▲규모의 경제 키우려면 통합이 가장 쉬운 길
전주시는 상생협력사업을 10~12차까지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전북도 역시 통합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완주군도 협력 의사를 밝혔고, 실무협의 등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전주시민과 완주군민의 통합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완주군청 내부에서 ‘통합’이 금기어로 여겨지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이번에도 통합은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여론이 번지고 있다.
완주군에서 완주·전주 통합을 추진하는 협의회와 연합회 등은 완주군 관계자들이 통합운동을 벌이는 군민들을 대상으로 회유와 압박을 넣고 있다고 주장한다.
완주군은 이를 부정하고 있으나, 통합을 추진하는 이들은 “완주군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통합 운동을 추진할 경우 완주군의 은근한 압박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완주군 A면의 전 주민자치위원장의 경우는 완주군 관계자로부터 “완주·전주 통합 활동에 참여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기도 하고, 통합을 추진하는 다른 인사들도 다양한 경로로 완주·전주 통합 활동의 포기 압박을 받고 있다고 고충을 호소한다.
완주군의 ‘특례시 승격’ 추진도 도마 위에 오른다.
완주·전주 통합을 공약한 유희태 군수가 유권자를 기망하고, 따로 특례시를 추진하는 것은 과거 특정 정치인이 사익 때문에 완주·전주 통합을 무산시켰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완주군이 전주·완주 상생협약식에는 꼬박꼬박 참석하면서, 특례시 승격 추진을 대외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이중 플레이로도 비쳐진다.
이를 두고 통합을 추진하는 단체들은 “유희태 군수가 오랜 기간 정치에 도전하다가 완주군으로 선회해 쉽게 당선되더니 또 다른 욕심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완주군은 군민들과 논의도 없이 시 승격을 추진하기 보다는, 군민들이 찬성만 하면 자동으로 통합시로 승격하는 쉬운 길을 선택하는 게 이치에도 맞고, 또 완주군과 전라북도 미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걸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완주=황성조 기자 food2drin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