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감에 불타는 한 무대포 형사가 수사 도중 수상한 빨간 봉투를 집어 든다. 그가 봉투를 열자 주변에서 수상쩍인 이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어 쌍수를 든다. 봉투의 정체는 영혼결혼을 알리는 성혼서. 하루아침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부부의 연을 맺은 형사는 이를 거부하려 하지만, 운명은 생각보다 끈끈하다. “영혼 결혼도 이혼이 되죠?” 울부짖는 이 형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감독 청 웨이 하오)는 귀신과 형사의 공조를 유쾌한 분위기로 풀어낸다. 배우 허광한이 형사 우밍한 역을, 진백굉이 그의 반려 귀신 마오마오 역을 연기했다.
시종일관 유쾌하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향한 궁금증을 영리하게 끌고 간다. 마약 수사 중 갑자기 귀신과 결혼을 닦달당한 우밍한(허광한)은 이를 거부하자 온갖 불운에 시달린다. 체념하고 영혼결혼식을 거행한 그의 앞에 나타난 건 또래 총각귀신 마오마오(진백굉). 앞서 수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다 파출소로 좌천당한 우밍한은 마오마오의 한을 풀어주고 그의 힘을 빌려 경찰서로 복귀하려는 야심을 키운다.
영화는 우밍한의 마약사범 검거기와 마오마오의 환생을 위한 한풀이 등 두 가지 갈래로 전개를 이어간다. 마오마오를 떨어뜨려 놓을 생각뿐인 우밍한은 그의 소원 성취에 열심이다. 마오마오의 소망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북극곰 구하기, 유기견 주인 찾아주기, 할머니 찾아뵙기, 휴대폰에 있는 흑역사 지우기, 전 애인 보러 가기… 마오마오의 바람을 하나씩 들어주던 우밍한은 그를 죽게 한 뺑소니 사고를 듣고 숨겨진 진실에 다가선다. 우밍한과 마오마오, 이들 이야기에 접점이 생기자 웃기기만 하던 영화에 약간의 긴장감이 감돈다. 이 지점부터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두 남자의 버디무비에 가까워진다. 공조물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가 나오지만,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 게 강점이다.
가장 큰 동력은 주인공 허광한이다.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통해 첫사랑의 대명사로 떠오른 그는 이번 영화에서 180도 다른 면을 보여준다. 이마를 드러낸 짧은 머리에 번뜩이는 눈망울, 망가짐을 불사하는 코미디 연기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전신을 노출하고 길거리에서 봉춤을 추거나 샤워 도중 귀신과 허우적대며 싸우는 장면 등이 원초적인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눈빛은 여전하다. 정극과 코미디를 오가며 감정을 세세히 표현하는 연기가 집중도를 키운다.
진백굉의 능청맞은 연기도 볼거리다. 순박한 듯 통통 튀며 마오마오가 가진 새침한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이들 배우의 조화에 감독의 속도감 있는 연출력과 흥미로운 소재가 어우러지며 극에 몰입감을 더한다. 자잘한 반전은 극에 감칠맛을 더한다. 모두가 마음껏 망가지며 아수라장이 될수록 극의 재미는 더 커진다. 후반부가 다소 산만한 면이 있으나, 극 막바지 눈물샘을 건드는 장면이 이어져 아쉬움을 곧장 만회한다. 신파 분위기가 아닌 녹진한 감동으로 이끄는 감독의 연출 솜씨가 돋보인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경쾌한 속도감이 매력인 영화다. 두 남자의 공조와 가족애가 웃음과 감동을 쉴 새 없이 견인한다. 사회 편견을 비틀어 유쾌한 웃음을 주는 장면도 여럿이다. 피식 웃는 것도 잠시, 어느 순간 크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허광한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 관객에겐 좋은 선택이다. 17일 개봉. 상영시간 129분. 12세 관람가.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